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위의 뒷심에…혼전의 美대선, 후유증만 커진다
샌더스·크루즈 후반 연승에
당내 의견분열 극명히 드러나



미국 대선 2위 주자들의 뒷심이 무섭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7개 경선에서 6번 승리를 챙겼고,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그러나 경선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까지 각 당에서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당내 의견 분열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경선 후 각 당은 물론이고 미국 정치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스콘신주 경선 승리가 확정된 6일(현지시간) 샌더스 진영에서는 민주당도 ‘중재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로 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왔다. 중재전당대회는 후보 중 어느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지도부가 후보를 지명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크게 못미치지만, 끝까지 겨뤄볼만 하다는 희망의 증거를 갖게 된 것이다.

민주당보다 훨씬 앞서 중재전당대회 얘기가 거론된 공화당에서는 가능성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공화당 최종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 수는 1237명. 현재까지 740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트럼프는 앞으로 남은 경선에 걸린 대의원의 65%를 가져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낙태 여성 처벌 발언,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 등으로 커다란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힘겨운 목표다.

양당 모두에서 중재전당대회가 거론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중재전당대회는 민주당에서 1952년, 공화당에서 1948년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60년 넘게 한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양당 모두 60년 내 최고 수준으로 극심한 당내 의견 분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각 당 유권자들은 상대당의 후보보다 자기당의 경쟁 후보에게 더 큰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맥클래치-마리스트 여론조사(3월 29∼31일)에 따르면 샌더스 지지자의 25%는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힐러리 지지자의 14%도 샌더스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여론을 대표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유명 영화배우이자 진보 활동가인 수잔 서랜든이다. 샌더스 지지자인 그는 최근 MSNBC 인터뷰에서 샌더스가 탈락한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공화당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로웰 웨이커 전 코네티컷 주지사는 “힐러리를 싫어한다”면서도 트럼프가 더 싫기 때문에 힐러리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정부의 핵심세력이었던 네오콘 인사들 역시 트럼프를 막기 위해서 “차라리 힐러리에 투표해야 한다”는 선언을 줄지어 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당내의 이런 반발 기류를 의식해 중재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자신을 떨어뜨릴 경우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