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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과의 전쟁 ⑪]“맛있겠쥬?” 머쓱해진 설탕 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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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설탕 넣으라는 게 아니다” 백종원 적극 해명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설탕 논쟁’이 뜨겁다. ‘SBS스페셜’이 이슈를 던졌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쓴소리를 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류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며칠 사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던진 한 마디는 설탕 논쟁과 쿡방의 역할론에 불을 지폈다. 대상은 ‘백종원표 쿡방’이었다.

지난 3일 황교익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백종원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 아무 음식에나 설탕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따지는 것이다. 그놈의 시청률 잡는다고 언론의 공공성까지 내팽개치지는 마시라, 제발”이라는 글을 남겼다. 6일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탕 듬뿍 든 음식을 내놓으면서 하는 방송에 대한 지적이지, 백종원 씨의 식당에서의 음식이 달든 어떻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종원에게 ‘설탕’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게된 것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에선 백종원이 요리의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넣을 때 웃음을 배가시키기 위해 CG를 사용했다. ‘설탕 폭포’를 만들어 모든 요리에 설탕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과장된 CG와 ‘설탕 밀당남’ 등의 자막은 백종원을 새로운 예능 캐릭터로 선보이기엔 안성맞춤인 연출이었다. 덕분에 백종원에겐 ‘슈가보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부정적인 별명이 아니었다. 이 별칭에서 또 다른 별칭들이 파생됐다.‘슈가보이’라는 별칭은 중년의 요리연구가 백종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며 호감형 캐릭터로 만들었다. TV 캐릭터가 호감을 얻게 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도 신뢰와 지지가 따라오는 법이다. 백종원의 주무기인 요리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웃음을 주기 위해 했던 연출은 도리어 설탕 사용량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준 격이 됐다.

황교익은 ‘설탕 전쟁’의 전면에 서서 이를 만드는 방송의 역할론을 지적했다. 황교익의 경우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수요미식회’에서도 단맛 나는 음식과 젊은 세대의 단맛 선호에 대해 몇 차례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단맛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건강에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당뇨병이나 비만, 관상동맥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과잉 섭치하면 의존성이 높아 단맛에 중독된다는 것이라는 설명들을 매번 덧붙여왔다.

백종원 역시 자신에게 ‘슈가보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자 수없이 해명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마리텔’에선 제작진의 CG 사용에 불평을 했다. tvN ‘집밥 백선생’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온전히 요리에만 집중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무조건 넣으라는 것이 아니라며 각자의 입맛에 맞추라고 강조했다. ‘마리텔’로 얻어진 이미지에 대해 ‘쿡방’ 열풍의 중심에 선 요리연구가이자 요식업계 CEO로서의 부담감이 역력히 비친 대목이다.

웃음을 주기 위해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될 수 있지만 프로그램 하나 하나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그 이미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경우 또 다른 파장을 낳을 수도 있다. 황교익은 마치 쿡방이 건강에 해로운 것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방송의 공공성을 비판했다. 실제로 요리를 다루는 모든 방송은 설탕의 해악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올리지 않았다. 말은 ‘쿡방’인데, 그럴싸한 요리를 보여주고 요리법을 알려주는 데에 그쳤다. 프로그램을 접하며 우리집 식탁을 바꿔나갈 시청자의 건강한 밥상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았다. 방송을 매만지는 제작진에겐 공공성에 대한 책무가 따라야 하는 법이지만, 웃음 앞에서 많은 부분을 간과한 셈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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