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여교사-남학생 악수 논란… 스위스 “전통”, 무슬림 “이슬람 교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스위스의 학교에서 악수는 스승과 제자 간에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인사법이다. 그런데 무슬림 남학생이 여교사와의 악수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위스 북부 바셀주 데르윌 지역의 한 학교는 각각 14세와 15세의 무슬림 남학생에게 교사와 악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이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악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슬람 교리에서 직계 가족을 제외하고는 이성과 신체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123rf]

학교의 결정이 알려지자 스위스에서는 격론이 붙었다. 시모네타 소마루 법무장관은 “우리는 이를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악수는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스위스 인민당 소속 과학ㆍ교육ㆍ문화 의회위원회 위원장인 펙릭스 무에리도 “지금은 악수가 문제겠지만, 내일은 뭐가 또 문제가 될 지 알겠느냐”며 무슬림과의 문화 충돌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스위스 교사연합과 데르윌 지방 의회도 학교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무슬림 단체들은 정반대 입장이다. 스위스 이슬람 위원회는 성명에서 정통 이슬람 교리에서는 남녀 사이 악수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악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사를 대하려는 학생들을 특별한 케이스로 간주하는 것에 스위스의 핵심 가치의 존속이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이슬람조직연합(FIOS)도 “남성과 여성 간 악수는 ‘신학적인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이는 이슬람 국가에서 일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바젤주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바젤주의 교육담당 모니카 그슈빈드는 학교의 결정이 임시적이고 동시에 실용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문화 충돌이 종종 빚어지고 있다. 2009년에는 이슬람 건축의 상징적 양식인 첨탑을 금지했고, 지난해에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무슬림 여성이 머리와 몸에 두르는 천)를 착용할 경우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