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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동네 상가보다 못한 정부청사 보안관리 시스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훔친 공무원증으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를 한달동안 제집처럼 드나들며 분탕질을 한 것이다. 공무원 취업에 혈안이 된 한 청년은 시험지를 빼내기로 마음 먹었다. 정부 청사 1층 체력 단련실에서 공무원증을 훔쳐 청사출입의 길을 텄다. 2~3차례나 침입했지만 시험지를 찾지 못했다. 청년은 아예 담당자의 PC를 열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성적도 조작했다. 그 대담함과 집요함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지만 담당자가 합격자 명단을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1명이 늘어난 것을 발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합격자 명단까지 조작하는 청년의 무모함이 없었더라면 그에 앞서 몇차례나 진행됐던 ‘보안시스템 휘젓기’는 아무도 모른 채 지나쳤을 것이다.

정부의 보안 시스템은 하나부터 열까지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경찰의 수사결과도 모두 본인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심각한 보안상 결함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아직 수많은 의구심이 남는다. 민간인이 정부청사 체력단련장에는 어떻게 들어갔을까. 공무원증을 잃어버린 당사자는 한달 넘도록 어떤 방법으로 출퇴근을 했을까. 새로 발급을 받았다면 종전의 공무원증은 왜 효력정지되지 않았을까.…. 어느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느쪽이어도 보안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있으나 마나한 출입증이란 얘기다.

시험 담당 공무원의 사무실의 전자도어록은 어떻게 뚫렸는지, 담당자의 컴퓨터는 어떻게 해킹당했는지도 아직 미궁이다. 인사혁신처나 행정자치부는 대전 청사로의 이전을 앞두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이사 때 느슨해지는 보안이라면 그보다 험한 재난시엔 어떻게 작동할지 알만하다. 앞서 2012년 10월 은행원 출신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으로 서울 정부청사에 불을 지르고 18층에서투신해 사망했다. 이후 정부는 출입자 제한 원칙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불과 5년도 안돼 청사 출입문은 뻥 뚫렸다.

오죽하면 이번 사태는 차라리 내부 공모자가 모조리 도와준 일이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자고나면 잊어버리고 원칙에 충실하지 않아 생기는 사회시스템의 허점이어서 더 문제라는 것이다. 그건 반복 순환하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끊어져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세월호와 같은 재난이 재발한다. 툭하면 보안이 뚫리는 정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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