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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가의 존재를 의심할 정도로 허술한 재외국민 보호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감사원이 공개한 재외국민 보호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국가가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2012~2015년10월 151개 재외공관에서 2968건의 재외국민 체포ㆍ구금 사건이 발생했으나 1275건(42.9%)은 아예 영사면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 의사 소통 부족 등으로 외국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해도 절반 가량은 나몰라라했다는 얘기다. 반대로 살인 납치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당해도 역시 둘에 한 건(44%)은 수사진행 상황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강국이라고 자랑하지만 재외국민 관리는 부끄럽고 한심한 수준이다.

2013년 태국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마약소지 혐의로 구금된 재외국민 A씨는 우리 대사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결백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 2년 가까이 단 한 차례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고 A씨는 천신만고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나마 그 사실도 주태국대사관에서 해당 교도소 한국인 수감자 일괄 면담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대사관측에선 사건이 이미 종결된 것으로 처리돼 추가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던 A씨에게 국가는 없었다.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교민이 알고보니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다 숨져 무연고자 처리가 됐는데도 우리 공관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마카오에선 체포 구금된 교민을 면회하기 위해 1박2일 출장을 가고도 현지 경찰과의 수사 협조 등을 이유로 면회를 외면하는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기도 했다. 재외국민 관리의 현주소가 이렇다.

지난 2010년 살인혐의로 온두라스에서 1년 넘도록 구금상태였던 한지수씨가 무죄로 풀려난 적이 있다.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 덕분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하진 못했다. 사건이 알려지고 ‘국가가 뭘하고 있냐’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그 때야 조치가 시작됐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그 때 뿐, 달라진 건 하나 없다.

헌법 2조 2항에도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이 있는 곳이면 거기가 어디든, 어떤 상황이든 국가는 자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외교당국의 통렬한 자성과 적극적인 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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