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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곳에서의 관계맺음…그리고 작품에 그려낸 시간들…
김성환·안지산 등 ‘라익스’ 출신작가 7인
네덜란드 추억깃든 회화·영상·설치작품들
6월19일까지 아르코서 ‘관계적 시간’展



“시간을 드립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라익스아카데미(Rijksakademie Beeldende Kunsten)’의 모토다. 라익스는 1870년 윌렘 3세가 세운 왕립학교로, 60개의 스튜디오와 5개의 프로젝트룸, 도서관 등을 보유한 아티스트 레지던시다.

라익스는 젊고 혁신적인 시각예술분야 작가 50여명에게 전용 작업공간을 준다. 선발된 예술가들은 2년 동안 이 곳에 거주하며 해외 유수 기관의 큐레이터, 비평가, 컬렉터는 물론, 라익스의 전문 기술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창작 활동을 지원 받는다.

경쟁률 1500대 25. 반은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예술가(외국인 포함)들로, 반은 해외 거주 예술가들로 채운다. 라익스 출신 한국 작가들은 지금까지 13명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ㆍARKO)는 ‘해외레지던시프로그램참가지원’을 통해 국외 창작거점에 예술가를 파견, 매년 2~3명의 한국 작가를 2년간 지원하고 있다. 라익스와는 2005년부터 약정을 체결해 한국작가 선정시 프로그램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①김 성환과 레이디 프롬 더 씨. 12분, 2005년 라익스아카데미에서의 설치 모습 ②안지산‘ 27sec. 67’, 캔버스에 유화, 53×45.5㎝, 개인소장, 2015 ③오민 작가의‘ 소나타(Sonatas)’. 3채널 HD(1080p) 비디오, 6채널
오디오, 7분 9초, 2016, 사운드 아티스트 홍초선과의 협업.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가 라익스아카데미와 교류전을 열었다. 라익스 출신 한국 작가 김성환(2004~2005년), 손광주(2006~2007년), 임고은(2008~2009년), 오민(2011~2012년), 진시우(2011~2012년), 배고은(2012~2013년), 안지산(2013~2014년)까지 7명이 참가하는 그룹전시다.

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들은 라익스에서의 2년이 ‘휴식같은 기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창작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도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원한만큼 결과물을 요구하는 다른 레지던시들과는 차별화한 지점이다.

“한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들과는 비교 불가하고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곳(진시우 작가)”, “쉴 수 있는 기간이었다. 아웃풋을 내 놓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오민 작가)”고 할 만큼 작가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진시우 작가는 “라익스 면접 때 쉬고 싶어서 왔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는데도 뽑혔다”고 할 정도. 손광주 작가는 “자발적 감금의 시간”으로 라익스 레지던시에서의 작업 활동을 규정짓기도 했다.

‘관계적 시간(emerging other)’이라는 타이틀을 내 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이 라익스라는 낯선 시ㆍ공간에서 새로운 타자들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어떻게 작업을 확장시켰는지 살펴볼 수 있다. 회화, 영상, 설치 작품 등 약 30여점을 내놨는데,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작가들의 작업은 사색의 깊이를 드러낸다.

악보 속 기호들을 시청각 기호로 전환한 오민의 작업이나, 주체에서 타자로 아이디어가 전이되는 과정을 풀어낸 김성환의 작업 등은 시간을 갖고 찬찬히 감상해야 할 영상 작업들이다. ‘셀프 고문’을 통해 관계의 불협화음을 표현한 배고은 작가는 오는 23일 오후 5시 제2전시실에서 전시 연계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하루 2~3차례 전시 해설이 이뤄지는데, 단체 관람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큐레이터의 목소리가 사운드를 함께 들어야 할 영상 작업들을 감상하는 데에는 ‘사소한’ 방해 요소다.

6월 19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 1, 2 전시실과 아카이브 라운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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