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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청사, 뚫렸다] ‘간큰 공시생’ 서울청사 습격사건, 전말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2월말부터 3월말까지 한달 간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의 보안은 민간인 신분인 한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훔친 공무원증을 이용해 수시로 들락날락할 정도로 무방비 상태로 뚫렸다. 때마침 이 시기는 거듭된 북한의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이 잇따라 실시돼 정부청사 경비가 강화된 때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

경찰청은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이용해 정부 서울청사에 들어가 7급 국가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6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달 5일 필기시험이 실시된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에 지원했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하는 초유의 사태가 생겼다. 정부 심장이 뚫린 것으로, 보안망이 그토록 허술했는가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세종로 종합청사 입구에 ‘엄격한 출입관리’를 강조하는 문구가 걸려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필기시험을 앞두고 압박을 이기지 못한 송 씨는 결국 엄청난 일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바로 대부분의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이 위치한 정부 서울청사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미리 빼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진입 방법을 찾기 위해 청사 인근을 돌아다니던 송 씨는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 진입했고,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송 씨가 체력단련장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던 과정은 여전히 의문에 싸여 있다. 체력단련장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정문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한 뒤 출입증을 교부받고, 반드시 내부 인솔자의 동행하에 출입이 허가되기 때문이다. 또 출입자들은 1차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도 경찰관이 지키고 있는 건물 내부 출입문을 지나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필기시험을 앞둔 송 씨는 훔친 공무원증을 이용해 2~3차례 청사 16층에 위치한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을 시도, 필기시험 문제지를 빼돌리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지난달 5일 치러진 필기시험을 본 송 씨는 다시 청사로 향했다. 이번엔 시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서였다.

2~3차례 채용관리과 침입을 시도한 그는 결국 지난달 26일 오후 9시께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이 시기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전국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지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송 씨는 담당공무원의 PC를 켜고 자신의 시험 성적을 조작한 뒤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송 씨의 침입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송 씨가 마지막으로 침입한 나흘 뒤인 지난달 30일 필기시험 합격자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명단 조작 사실을 확인, 지난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송 씨의 대범한 범행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공무원증 습득 경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부 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서 공무원증을 훔쳤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싶어 명단을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송씨는 필기시험 성적이 합격선에 미달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국가직 지역 인재 7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 명단 발표를 이날 예정대로 진행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따로 보관하고 있는 시험 원자료와 합격자 명단을 다시 한번 대조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최종 합격자 명단엔 이상이 없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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