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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돈에 눈 멀어 또 ‘유령수술’, 강력한 처벌로 뿌리뽑아야
‘유령의사’에게 대신 수술하게 한 뒤 거액을 챙기는 일이 또 있었다. 이번에는 강남 그랜드성형외과 유모 원장이 사기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유명 스타 의사’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직접 수술할 것처럼 설명한 뒤, 실제 집도는 비전문의에게 맡기는 수법으로 1억5200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른바 ‘유령수술’을 한 것이다. 검찰조사결과 2012년부터 1년여간 증거와 진술이 확보된 사례만 33명이었다. 그러나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해 이 병원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토대로 유령수술 피해자가 7년간 2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리수술 과정에서 미숙한 응급 처치로 숨진 환자도 있었다.

유령의사(섀도우 닥터)가 대신하는 ‘유령수술’은 죄질이 아주 나쁜 범죄다. 의사의 양심을 속인 것은 물론,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양악수술 등의 경우 전문의가 집도를 해도 사망 사고가 발생할 만큼 위험도가 높다. 그런데도 치과나 이비인후과 의사 등 비전문의는 물론 심지어 간호조무사가 메스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게다가 유 원장은 여러 곳에 다른 의사 명의로 병원을 열어 의료법도 위반했으며, 투약한 향정신성약품을 기재하지 않거나, 진료기록부를 보관하지 않는 등 비위 사실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유령수술을 하는 병원이 이곳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는 ‘성형수술 메카’로 불릴 정도로 성형외과들이 대거 몰려있다.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을 충족시키려는 젊은 남녀들은 물론, 중국 등 외국인들까지 연일 이곳으로 몰려든다. 특히 이름이 알려진 유명의사나 병원은 돈을 싸들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중이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고 대리수술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인명을 다루는 의사가 사기꾼이나 한 푼 돈에 양심마저 파는 얄팍한 장사치보다 더한 범죄자와 다를 게 없다. 일단 마취가 되면 집도의를 확인할 수 없고, 수술과정에서 병원과 의사의 과실이 있어도 진료기록부에 거짓기재하면 밝혀내기도 거의 불가능한 점을 노린 것이다. 돈의 노예가 된 의사에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공허한 약속일 뿐이었다. 집도의를 바꾸지 못하도록 관련규정을 강화하고, 처벌도 대폭 보완해야한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적발의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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