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2억달러 거금이 하루만에 세탁됐다…돈 빼돌리는 방법 봤더니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4일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는 세계의 거물 정치인과 톱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어떻게 재산을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파나마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에 이름을 올린 슈퍼스타에는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도 있다.

메시는 이 문건에서 아버지인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파나마에 적을 둔 회사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소유주로 등장한다. 스페인에서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세금을 피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메시는 기소 이튿날인 2013년 6월 13일 모색 폰세카를 법률대리인으로 세웠다. 그리고 열흘 뒤인 같은 달 23일 메시 부자는 조세 회피처로 꼽히는 파나마에 있는 회사 메가스타를 소유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로시야은행과 거장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로시야은행은 푸틴 대통령의 ‘사금고’로 꼽히는 곳이며, 롤두긴은 푸틴 대통령 맏딸 마리야의 대부를 맡을 만큼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다. 2011년 2월 10월, 로시야은행이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샌들우드 콘티넨털’은 키프로스의 ‘호르위치 트레이딩’이라는 회사에 2억달러(약 2조3040억원)를 빌려줬다.

이튿날 샌들우드는 호르위치로부터 원금 2억달러와 그 이자를 회수할 권리를 버진 아일랜드의 ‘오브파이낸셜’에 1달러에 넘겼다. 같은 날 오브파이낸셜은 이 권리를 다시 롤두긴이 지배하는 파나마 회사 ‘인터내셔널 미디어 오버시스’로 역시 1달러에 넘겼다. 2억 달러라는 거금이 24시간 안에 3개국의 2개 은행과 4개 회사를 거치며 추적 불가능한 자금으로 세탁된 것이다.

톱배우 청룽(成龍ㆍ성룡) 역시 모색 폰세카의 주요 고객으로 밝혀졌다. 청룽은 모색 폰세카가 관리하는 회사를 최소 6개 소유하고 있다.

문건에 이름이 직접 포함된 전ㆍ현직 세계 지도자는 12명이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2009년 의회 입성 당시 부인과 함께 버진아일랜드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가 몇 달 뒤 자신의 지분을 아내에게 1달러에 팔았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채권을 수백만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귄뢰이그손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은행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 귄뢰이그손 총리는 자신의 가족이 바로 채권단의 일부라는 중대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문건에서 세계 각국 국왕과 대통령, 총리의 가족과 측근까지 포함하면 확인된 인물만 61명에 달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이자 주식중개인인 이언 캐머런은 1982년 조성해 2010년 별세할 때까지 운영한 펀드 ‘블레어 홀딩스’의 세금을 영국에 내지 않으려 이 펀드의 투자자 대부분이 영국인임에도 파나마에 이 펀드를 등록했다.

부패 척결에 목소리를 높여온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이번 문건으로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이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의 전ㆍ현직 위원의 가족들 8명이 모색 폰세카를 통해 회사를 설립했다.

모색 폰세카가 관리한 이들 회사가 모두 불법적인 목적을 지녔다는 증거는 없고 파나마 같은 곳에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문서를 분석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ICIJ는 모색 폰세카의 고객 중에서는 피라미드 사기꾼이나 마약 거상, 조세회피범 등이 포함돼 있음을 환기했다.

또한 모색 폰세카는 미국에서 송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객들과 관련된 기록을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지우는가 하면 고객들에게 재무적으로 유리하도록 서류상 날짜를 주기적으로 소급 적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s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