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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여자는 이코노미석, 남자는 비즈니스석…말이 됩니까?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지난해 미국 축구협회의 수익은 2000만달러(약 229억3000만원)가 늘었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덕분. 미 축구협회는 올해에도 내년에도 여자축구대표팀의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자축구대표팀의 임금은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보다 40%가량 적다. 국제 무대에서 남자축구대표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고 못하고 있는데도 유독 임금 만큼은 여자들 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 뿐인가. 남자 선수들은 비행기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비좁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이쯤되면 명백한 차별. 그나마 ‘유리천장’이 얇다는 미국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문화 깊숙히 뿌리 깊게 박혀있다. 경기장 위에서 남성보다 강한 ‘승부사’였던 여성들은 결국 미 연방 독립기구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의 문을 두드렸다. 여자 축구선수 5명이 남자축구대표팀과 비교해 임금차별 실태를 조사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미 축구협회는 ‘이만하면 많이 좋아졌다’는 반응이다. 남성보다는 적어도 꾸준히 임금을 올려줘 왔고 여성 축구 선수들도 결코 적게 받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심지어 여자 선수들이 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반응도 있다. 수 십년 전부터 존재해 온 ‘예전 기준’에 비춰 보면 그렇다.

선천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남성이 지배해 온 스포츠계만의 특수성일까. 그렇지 않다.

화려한 여배우들도 임금 앞에서는 약자였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5년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입 순위에 따르면 상위 20위에 든 여배우는 제니퍼 로런스와 스칼렛 요한슨 단 2명뿐. 남성 배우들 중에는 출연료로 13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배우가 34명이었지만, 여성 중에는 그 절반도 안 되는 600만달러를 출연료로 받은 배우조차 18명에 불과했다.

조직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점점 더 쪼그라드는 경향을 보인다. 미래형 사업의 선두인 ‘기술 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심하다. 맥킨지와 비영리단체 린인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非)기술 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이 47.8%, 기술 기업은 36.8%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렉터 직급으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34.4%와 25.4%로 줄고, 상무 혹은 전무 직급에서는 24.8%와 19.1%로, 최고위직에서는 18.7%와 15.2%로 대폭 줄어든다. 적게 시작해서 더 적게 끝난다.

여성이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조직원으로서의 쓸모가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하는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34개국 200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위 관리직과 임원직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상위 관리직이나 임원진의 규모는 바꾸지 않은 채 이 중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 총자산이익률(ROA)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비스 부문의 경우 상위 관리직이나 이사진에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날 경우 ROA가 20b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분명 계속돼 오기는 했다. 미국에서는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인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동일임금법(Equal Pay Act)’에 서명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2003년 공기업과 상장 회사들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에 이르게 하도록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다. 이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도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동일임금법 통과 이후 성별간 임금 격차는 매년 ‘1센트의 절반보다도 적게’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한국의 사정은 다를까. 아니다. 성적은 지극히 초라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년 기준 회원국별 성별간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36.7%로 ‘꼴찌’를 차지했다. 동일 노동을 기준으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3만3000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OECD 회원국 평균 남녀 임금 격차인 15.6%의 두 배를 뛰어 넘었다.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30대 기업의 경우 남녀 평균 연봉 격차가 31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 2800만원에서 300만원 늘어난 수치다. 여성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기업은 없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존중’을 의미한다. 이만한 대가를 치러도 될 정도의 일을 했다고 인정하는 행위다. 여성들은 성별로 일의 성격과 결과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비합리성에 반기를 들었다. 진정서를 낸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을 대리한 제프리 케슬러 변호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무례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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