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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억만장자 딸 대신 카레이서” 美레이싱계 여걸 디조리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스피드에 목숨을 거는 한 여자가 있다. 퍼니 카(funny carㆍ겉보기에는 일반차처럼 보이지만 강력한 엔진을 달아 개조한 차)를 타고 시속 300마일(482km/h)이 넘는 레이싱을 즐기는 그는 바로 드래그 레이서(Drag racer) 알렉시스 디조리아(Alexis DeJoriaㆍ38)다. 

알렉시스 드조리아

드래그 레이싱(Drag Racing)이란 모터스포츠의 한 종류로, 직선 주로에서 완주 속도로 순위를 결정하는 경기다. F1보다 더 격렬하고 위험한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거친 레이서의 삶을 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알렉시스를 더 눈에 띄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흔히 말하는 ‘재벌집 딸’ 출신이기 때문이다. 

알렉시스의 아버지는 존 폴 디조리아(John Paul DeJoriaㆍ71)다. 미국의 명품 헤어 케어 브랜드 존 폴 미첼 시스템(John Paul Mitchell Systems)의 공동 창업자이자 고급 테킬라 브랜드인 더 패트론 스피리츠 컴퍼니(The Patron Spirits Company)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산이 31억 달러(한화 약 3조 5800억원)에 달하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다. 
 

알렉시스의 아버지 존 폴 디조리아


그렇다고 디조리아가 마냥 순탄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 그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혼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어린 시절 이혼했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마스 카드와 신문을 파는 등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성인이 돼서는 헤어 케어 회사인 레드켄(Redken Laboratories)에 다녔었는데, 한 순간에 해고당하는 바람에 노숙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노숙자였던 그가 단 돈 700달러로 친구인 헤어 드레서 폴 미첼과 1980년에 창업한 회사가 바로 지금의 존 폰 미첼 시스템이다. 이는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창업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의 딸 알렉시스 역시 비범한 아버지를 닮아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선택했다. 알렉시스는 16세 때부터 드래그 레이싱에 관심을 가졌고, 2005년에 미국 핫로드 협회(NHRA : National Hot Rod Association)의 드래그 레이서로 데뷔했다. 

데뷔한 지 8개월 만에 퍼니카 대회에서 우승했고, 그 후 2011년엔 NHRA 가을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두 번째 여성 레이서가 됐다. 지금까지 총 5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NHRA에선 최고 시속 325.14마일의 기록을 세웠고, 퍼니카 레이스에선 4초 이내로 결승선을 돌파한 최초의 여성 레이서로 등극했다. 

알렉시스는 여러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현재는 칼리타 모토스포츠(Kalitta Motorsports)팀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 비용으로 연 4백만 달러가 드는데, 후원사가 바로 그의 아버지 회사인 패트론 테킬라다. 

일각에서는 아버지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알렉시스의 레이싱 활동을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있지만 알렉시스의 레이싱 열정과 고군분투기를 들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알렉시스는 아버지의 회사인 패트론의 후원 말고도 토요타 등으로부터 스스로 후원을 따냈다

알렉시스는 “레이싱은 내 천직이다. 결코 가벼운 취미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뿐이다”고 말한다. 레이싱을 하는 동안 차 속에 있는 것을 똑딱거리는 폭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드래그 레이싱은 개조한 차로 무제한의 스피드를 겨루는 레이싱이기 때문에 사망 사고가 많이 나는 가장 격렬한 레이싱 중 하나로 여겨진다. 실제로 그는 2009년 레이싱 도중 브레이크를 놓쳐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가 레이싱의 가장 중요한 준비 요소로 강한 정신력으로 꼽는 이유다.




드래그 레이싱의 위험성과 알렉시스 사고 경험 등으로 미루어 보아 뭇 아버지들이라면 후원이 아니라 오히려 딸의 레이싱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렉시스는 아버지 디조리아가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성취하는 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가르쳐 주셨다. 어렸을 적부터 자식들이 강직하게 크기를 바랐고, 그 모습을 직접 보여 주셨다”고 밝혔다. 

디조리아는 알렉시스가 레이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 1년을 지켜 본 후, 후원을 결정했다. 알렉시스는 아버지 회사인 패트론 말고도 스스로 토요타(Toyota)와 맥 툴스(Mac Tools), 레드 라인 오일(Red Line Oil)로부터 후원을 따내기도 했다.  
알렉시스와 디조리아 그리고 알렉시스의 남편 제임스

알렉시스의 레이싱 본능은 타고 난 측면이 있다. 알렉시스는 어렸을 적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뼈가 부러지고, 자전거가 물에 처박힐 뻔한 위기를 반복해서 겪는 등, 타고난 익스트림 스포츠 활동가였다. 그의 아버지는 알렉시스가 자식들 중 가장 거친 아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알렉시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레이싱으로 길에서 보낸다. 평소에도 화려한 옷들 대신 땀에 젖은 레이싱용 수트를 더 좋아한다. 레이싱 용이 아닌 평소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무광택의 검정색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Lamborghini Murcielago)다. 그는 일상에서도 무르시엘라고를 타고 시속 300마일로 달리는 것을 즐긴다. 

그의 남편 역시 유명한 바이크 전문가이자 리얼리티 TV 스타인 제스 제임스(Jesse James, 46)다. 취미도 남다르다. 그가 ‘평범한’ 취미라고 밝힌 것들은 대형 바이크를 타거나 스카이 다이빙, 그리고 문신을 하는 것이다. 부창부수다.

알렉시스와 제임스 부부


“삶은 죽음을 앞뒀을 때 가장 정직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기른 방법은 그러한 삶을 최선을 다해 박력있게 살라는 것이었다.” 

알렉시스가 매일을 죽음과 마주하며 달리는 삶의 철학이다. 앞으로 그의 레이서로서의 삶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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