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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스타벅스 2배값에도 ‘불티’…저커버그도 반한 ‘필즈커피’
-31개 엄선 블렌딩 드립커피 전문점 ‘필즈 커피’…샌프란시스코 대표 음료로 ‘유명세’
-스타벅스의 2배값 불구 맛ㆍ향 탁월…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저커버그 등 ‘IT너드’ 사로잡아
-매뉴얼ㆍ세련미 강조하는 일반 커피점과 차별화…편안한 인간 중심 ‘커피 혁명’ 주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2012년 5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조촐한 결혼파티에 특별한 ‘커피’를 주문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전미로 퍼져나가고 있는 ‘필즈 커피(Philz Coffee)’가 그것이다. 

필즈 커피 창업주 패이살 필 제이버(60)

▶드립커피 고수…값은 스타벅스의 2배=필즈 커피의 창업주는 올해로 환갑을 맞은 패이살 필 제이버(Faisal Phil Jaberㆍ60)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2002년 샌프란시스코 업무지구에 처음으로 필즈 커피 1호점을 열었다. 제이버는 미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단골손님”이라며 “결혼파티 다음날에도 매장을 찾아 커피를 마셨다. 그때 비용을 치르려하자 안받겠다고 했더니 고마워했다”고 또렷이 기억했다.

제이버는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과 확실한 차별화로 ‘필즈 커피’의 승부수를 띄웠다. 우선 커피는 모두 드립방식(끓는 물을 넣어 걸러내는 방식)으로 추출된다. 때문에 필즈 커피 매장에는 일반 커피점에서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가 없다.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제이버가 7년 동안 원두 한 알 한 알 숫자까지 세가며 맛과 향에 공을 들인 31개의 블렌딩 원두를 주문 받은 직후 즉석에서 갈아 커피를 만든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카페인 함유가 다소 높은 미디엄 로스트 테소라(Tesora)다. 고객의 취향에 맞게 크림과 갈색 설탕을 추가하면 커피 한잔이 완성된다.

필즈 커피의 강점은 무엇보다 자유분방한 매장 분위기다. 들어서는 순간 ‘집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벽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그라피티와 이색적인 그림이 손님을 맞는다. 대부분의 카페가 천편일률적으로 지향하는 세련미나 도시적인 도도함은 필즈 커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창의적이고 편안함이 자리한다. 덕분에 필즈 커피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비즈니스맨에서 학생, IT 너드(인터넷에 빠진 천재 괴짜들), 소방관, 배관공까지 다양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커피 한잔의 가격이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체인인 스타벅스의 2배라는 것. 필즈 커피를 찾는 한 손님들은 비싼 가격에 대해 “가격에는 정성들인 커피 한잔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할머니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필즈 커피 매장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

▶팔레스타인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창업주 제이버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요르단강 서안 출신이다. 그가 개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미국에 이주한 지 7년째 되던 해였다. 생계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작은 슈퍼마켓을 차리고 값싼 술과 식료품, 담배 등을 팔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커피에 대한 열정이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에 머물던 8살 무렵부터 커피 원두를 파는 할머니 밑에서 커피 블렌딩(혼합)과 추출 기술을 배웠다. 그가 커피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2년, 닷컴버블 붕괴로 주류와 식료품 판매가 하락하면서다. 슈퍼마켓을 처분하고 좋은 원두를 찾아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 자바 커피 공급을 시작했다.

제이버가 필즈 커피를 확대하기로 한 데는 아들 제이콥 제이버(29)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이콥은 대학을 중퇴한 후 아버지를 도와 커피 사업에 합류했다. 필즈 커피의 매장 확대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필즈 커피는 샌프란시스코에 매장 3개를 오픈하고 인근 팰로앨토에도 매장 하나를 추가했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등 31개 매장에서 7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필즈 커피를 이끌고 있는 아들 제이콥 제이버(왼쪽)와 아버지 필 제이버

필즈 커피는 지난해 전매장에서 흑자 성적표를 받았다. 매장 당 연매출은 평균 170만달러(19억5350만원)로 스타벅스 120만달러(13억7900만원)를 능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60% 증가했고,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과 로스앤젤레스 30여개 매장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필즈 커피가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는 IT기업 출신의 단골손님이 많아지면서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커피전문점 렉클링 볼 커피 로스터스(Wreckling Ball Coffee Roasters)의 점주 트리시 로스겝도 “필즈커피야말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음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필즈 커피와 IT업계와의 교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본사에 필즈 커피를 유치했고, 세입자 수수료도 받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또 필즈 커피의 원두는 트위터와 세일즈포스닷컴에 공급되고 애플 사무실 인근에도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이콥은 IT기업 대표들로부터 경영 조언을 듣기도 한다. 트위터의 잭 도시 CEO에게서는 DM(다이렉트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애플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필즈 커피 매장.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도시적인 일반 커피전문점과 다르다.

▶스타벅스와 다른 ‘커피혁명’ 꿈꿔=현재 CEO로 필즈 커피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은 미국내 매장 1000개를 오픈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올해에만 워싱턴 D.C.에 매장 2개를 추가하고, 앞으로 뉴욕과 보스턴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필즈 커피가 세력확장에 나서자 경쟁업체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츠 커피앤티(Peet’s Coffee&Tea)의 데이브 배릭 CEO는 “필즈 커피는 브랜드 구축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커피 자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제이콥은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매뉴얼 대응이 탁월한 스타벅스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찾는 블루보틀커피(Bluebottle Coffee)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필즈 커피 만의 커피사업 혁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례로 필즈 커피에서는 주문을 하면 스타벅스처럼 고객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제이콥은 “(스타벅스 매뉴얼이) 사무적이고 인간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우리는 웃으면서(Smile), 하이(Hi)와 바이(Bye!)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아버지 제이버도 대형 테이블에 따로 온 고객 2명이 겸연쩍게 앉아 있으면 가운데 끼어들어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곤 한다. “이게 내가 하는 일”이라며 그는 웃었다. 

제이콥은 “필즈 커피에서는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단순한 커피사업이 아닌 고객과 마음을 교류를 할 수 있는 ‘인간적인 사업‘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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