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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우절 실종신고] “○○社에 합격하셨습니다”…청춘들이 듣고싶은 하얀 거짓말
[헤럴드경제=배두헌ㆍ유오상 기자] “보너스 들어왔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거짓말이라도….”

전셋값 폭등, 끝 모를 경기 침체, 최악 청년실업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는 요즘, 시민들이 듣고싶은 만우절 거짓말은 무엇일까.

1일 만우절을 맞아 출근길에 만난 시민들은 ‘거짓말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소망들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거짓말은 역시 ‘돈벼락’이었다.


만우절 이미지. [사진=123rf]

법원공무원 김지현(29ㆍ여) 씨는 “보너스 들어왔으니 통장 확인해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물론 공무원이라 그럴리는 없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쯤은 기적도 일어날 수 있지 않나”라고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복권 당첨처럼 스케일이 더 큰 거짓말을 듣길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허강현(27) 씨는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직장잡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학자금 대출 갚을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로또 당첨됐다’는 거짓말이라도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정규직 채용 합격’ 소식이 가장 간절했다. 이성준(27) 씨는 “작년에 몇번 채용에서 떨어지고나니 설령 거짓말이라도 합격 문자를 꼭 한번 받아보고 싶다. 거짓말같이 기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출근에 지친 직장인들은 “오늘 출근하지 말라”든지 “승진해서 월급이 올랐다”는 거짓말을 원했다.

직장인 박해민(31ㆍ여) 씨는 “오늘 하루 출근하지 말고 쉬라는 말은 모든 직장인이 가장 듣고싶은 말 아닐까”라며 “다들 휴식없이 일하다보니 이런 문자메시지라도 한 번씩 돌리면 다들 사기가 올라갈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창효(31) 씨는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 얘기가 더 자주 나오는 시대지만 아무래도 최대 희망은 승진하고 월급이 오르는 것”이라며 “만우절 특집으로 ‘다같이 월급이 오른다’고 하면 다같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소 엉뚱한 대답도 나왔다.사회복지사 최우진(33) 씨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무래도 아이 걱정이 앞선다. 미세먼지가 싹 사라졌다거나 ‘지카 바이러스’는 다 거짓말이다는 말이 듣고싶다”고 했다.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만우절 하루라도 갑을이 바뀌어 본다면 어떨까. 자영업자 허범룡(65) 씨는 “평생을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는데 난 항상 을이었다. 하루만이라도 갑을이 뒤바뀐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장난 좀 치게 해달라”고 요구한 10대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이해석(18) 군은 “학교 분위기가 살벌하다 보니 만우절 장난을 치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학교 생활에 여유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 동안 어떤 장난도 가능하다’는 말이 학교 방송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회계사 김양태(31) 씨는 “농담할 여유와 웃음을 점점 잃어가는 각박한 우리 사회에 거짓말이라도 기분좋은 소식이 자주 들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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