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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만명 겨냥해 만든 ‘안심 전세대출’...신청자는 단 12명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출시 한달을 맞이한 ‘안심형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하 안심형 전세대출)의 실적이 저조하다. ‘연간 12만명에 이르는 서민들의 주거안정 도모’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도입됐으나 정작 찾는 사람들은 적었다는 얘기다.

1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안심형 전세대출의 보증 실적은 전국에서 12건에 그쳤다. 서울에서 1건이 나왔고 ▷경기도 7건 ▷부산 2건 ▷광주와 대전 각 1건 정도다.

지난달 2일부터 시중은행 6곳에서 취급을 시작한 안심형 전세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기존 버팀목 전세대출 상품에 HUG의 전세금 안심대출보증을 결합해 안정성을 끌어올린 상품이다. 소위 ‘깡통전세’로 인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세입자들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달 2일 출시된 ‘안심형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타나났다. 홍보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 [헤럴드경제DB]
‘안심형 버팀목 전세대출‘ 업무 흐름도


예컨대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는 등의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주택도시기금엔 전세대출을 상환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세입자로서는 안심형 전세대출을 이용하면 전세금을 대출받으면서 동시에 전세금 보증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대거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시행 첫 달의 성적표가 저조한 것은 몇 가지 배경이 있다.

HUG 관계자는 “홍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각 영업점에서도 기존의 버팀목 전세대출을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이번에 새로 나온 안심형 상품은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HUG의 보증을 받기 위해서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보증을 바라보는 집주인(임대인)들의 부정적 인식도 안심형 전세대출의 실적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이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하여간 난 얽히기 싫다’는 식으로 나오는 집주인이 대부분이어서 세입자로서는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세입자들이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은 보증금 반환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크다. 하지만 12건의 보증실적의 주택유형은 9건이 아파트, 나머진 연립ㆍ다세대주택이었다. 단독ㆍ다가구는 없었다.

서울의 다가구 주택에 사는 최모(39) 씨는 “세입자 많은 다가구에 후순위로 들어가는 게 불안해서 안심형 전세대출을 알아봤는데 다가구는 기본적으로 담보인정비율이 낮고, 보증한도를 높이려면 따로 집값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며 “결국 근저당 없는 집을 다시 찾아 들어갔다”고 했다.

심교언 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홍보도 단순하게 ‘이런 상품이 있습니다’ 수준을 넘어서, ‘집주인 동의 없어도 됩니다’ 처럼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보증금 기준도 특정 금액으로 정하지 말고 ‘지역 평균 전셋값의 몇 % 이하’ 같이 유연하게 변경해야 더 많은 세입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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