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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어쩌면 저 곤충, 로봇일지도
1987년 개봉한 영화 '이너스페이스'. 생물의 몸속에 들어가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던 중, 악당들이 이 기술을 빼내면서 주인공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강력한 위산.

[HOOC=이정아 기자]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벌의 날갯짓, 가리비·불가사리의 형태를 본 따 생물체보다 더 강력한 능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틈새를 비집고 실내로 들어가 욕조 속의 첩보원을 찾아내는 영화 속 미래 로봇이 현실화되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죠. 자연이 가져다준 혁신입니다.

자연에서 답을 찾는 생체모방 기술 가운데, 특히 혈관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로봇 기술을 개발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기기가 세포만큼 크기가 굉장히 작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기에 어떤 구동력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또다시 자연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생체모방 로봇, 이중 크기가 아주 작은 마이크로 로봇만 꼽아봤습니다.



5. 로보비(RoboBee)

파리·벌의 몸 구조와 동작을 본떠 만든 로보비는 무게가 0.1g도 안 되는 초소형 로봇입니다. 수십 명의 하버브대 연구진들이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10년 이상의 재료와 설계, 제조 연구 끝에 이뤄낸 혁신적인 성과이기도 하고요.

로보비의 몸에는 전기장이 발생할 때 확장하고 수축하는 세라믹 가닥으로 이뤄진 압전(壓電) 액추에이터가 장착돼 있습니다. 탄소 섬유 몸체에 심어진 얇은 플라스틱 경첩이 관절 역할을 하고 정교한 균형 제어 시스템이 날개의 회전 운동을 실시간으로 각각 제어합니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비행 역학에 큰 영향을 받는 로봇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면 제어 시스템이 그만큼 신속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로보비는 하늘을 나는 것뿐만 아니라 물속을 헤엄칠 수도 있습니다. 하늘을 비행할 때와 헤엄을 칠 때 모두 회전 축을 제어하며 날개를 움직여야 하는데 모두 동일한 원리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초당 날개를 퍼덕이는 회수를 달리 적용해 하늘도 날고 헤엄도 치는 로보비를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표면장력을 뚫고 물속으로 들어가기에 로보비가 너무 가볍고 비행 지속시간이 짧다는 점이 여전히 난제입니다.



4. 마이크로터그(MicroTug)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데이비드 크리스텐슨 연구진은 개미의 몸 구조와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닮은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길이 28.6㎜, 무게 17g에 불과하지만, 로봇 여섯 대가 힘을 합치면 1톤이 넘는 자동차 한 대를 끌 수 있습니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에펠탑을 옮기는 것과 맞먹는 힘입니다.

이 로봇의 강점은 자신의 무게에 2000배 가까운 힘을 낸다는 점입니다. 일반 개미가 몸무게 100배를 들어 올리는데 그보다 힘이 더 강력한 슈퍼개미 로봇인 셈이죠. 




이 로봇의 발바닥은 게코도마뱀의 발바닥과 흡사합니다. 벽에 잘 달라붙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은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에 해당하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강모가 뒤덮고 있는데요. 하나의 강모에는 길이 1~2㎛의 섬모가 덮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섬모의 끝은 다시 갈라져 있습니다. 섬모 각각의 인력이 모아지면서 결합력이 엄청나게 높아지는 원리를 모방한 것이죠.

연구진은 이를 본따 로봇의 발바닥에 실리콘 인공섬모를 장착시켰습니다. 크리스텐슨 연구원은 “개미들은 6개의 다리 중 3개의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함께 협력해 엄청난 힘을 낸다”며 “이렇게 큰 힘을 내기 위해 6개의 마이크로터그가 함께 움직이며 물건을 끌 수 있는 알고리즘을 넣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3. 소금쟁이 로봇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호영·조규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물 위를 걷고 뛰는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소금쟁이는 물 위를 뛰어오를 때 다리를 오므리면서 솟구치는데요. 이 동작은 몸이 물을 누르는 힘이 물의 표면 장력보다 작도록 해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다리를 단순하게 수직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회전시키면서 물과의 접촉 시간을 최대화하고요. 연구진은 이 원리를 로봇에 적용했습니다.

구동 장치를 포함해 무게가 68㎎에 불과한 이 로봇은 무려 14㎝까지 솟아올랐습니다. 연구팀은 수상 도약 로봇이 앞으로 재해나 오염 지역에 들어가거나 적진을 정찰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마이크로 가리비(MicroScallops)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는 인체의 혈관에서 나쁜 병원균과 맞서 싸우는 마이크로 로봇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세포만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로봇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 질병의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보다 조금 더 두꺼운 로봇이자 독일의 막스 플랑크 지능 시스템 연구소가 개발한 로봇 마이크로 가리비입니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이 로봇은 사람 눈 속을 헤어치듯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눈 중앙의 유리질 체액을 뚫고 빠르게 이동하도록 바닷 속 가리비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추진력은 경첩 모양의 장치로 얻습니다. 조개의 양쪽 껍질을 벌렸다 오므렸다는 반복하면서 이동하는 것이죠. 연구진은 이 로봇이 사람의 체액 속을 여행하는 미래형 마이크로 의료 로봇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1. 마이크로모터 로봇(MicroMotor Bot)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요섭왕 교수가 지름 5㎛의 모터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는 1㎜의 1000분의 1 길이니까 얼마나 그 크기가 작은지 상상이 되실까요? 엄밀히 말해서 연구진이 만든 건 로봇은 아니고 캡슐에 든 아연 구조의 모터 엔진입니다. 

모터 엔진이 몸 안에서 이동하는 추진력은 위산. 위산이 아연과 반응하면 수소 가스가 생성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수소 기체를 한쪽으로 배출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력을 얻어 이동할 수 있는데요. 위 안에서만 작동된다는 점이 한계로 남아있지만 응용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참고로 수소 가스의 양은 극도로 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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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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