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한달에 한번 비자금 직접 받았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항소심… 비자금 형성 경위 집중신문
- 前 비서팀장 “현금출납, 엑셀대신 A4용지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항소심 4차 공판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부장 이승련) 심리로 열린 이날 4차 공판에선 장 회장의 비자금 형성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장 회장이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에서 생산한 철근 중 정품으로 팔지 못하는 파철(破鐵)을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해 총 88억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지난해 5월 기소했다. 장 회장은 또 파철 판매대금을 원정도박과 은행 대출이자 납부 등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 회장의 전 비서팀장 정모 씨는 “인천제강소의 김모 소장이 한달에 한 번꼴로 장 회장 집무실을 다녀가면 그 직후 회장이 내게 현금 다발을 건네며 보관을 지시했다”며 이를 통해 “김 소장이 장 회장에게 돈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일정이 있어 자리를 비울 때면 자신이 대신 받은 적도 1년에 서너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 돈이 파철 판매대금이라는 사실은 검찰 조사 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비자금 관리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진술했다.

장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액수를 확인한 뒤 비서실 금고에 넣어 보관했으며 별도의 현금출납부 없이 A4용지에 일시와 액수 등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이 직접 줬을 경우에는 ‘회장님 주심’, 김 소장한테 받았을 경우에는 ‘김○○ 소장’으로 따로 구분해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또 “장 회장이 한번 줄 때마다 대략 2000~5000만원 정도였으며 금고에 보관한 돈이 1억원 단위가 되면 수표로 바꿔서 회장에게 다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엑셀파일로 작성하지 않고 굳이 수기로 쓴 이유를 묻자 “(기재내용에) 특정인의 이름이 등장하고, 회장님의 개인 장부니까 수기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장 회장과 동생 장세욱 부회장의 은행 대출이자 변제에 대해서도 진술이 이어졌다.

정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장 부회장의 대출이자는 장 부회장의 급예계좌 예금으로 납부했다”고 했지만 이날 신문에서는 장 회장이 준 현금으로 변제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씨는 “이자납부일이 다가오면 장 회장이 ‘세욱이 갖다줘라’며 현금을 작은 쇼핑백에 담아 건넸고, 이를 장 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횟수는 1년에 대략 7~8차례였으며 자세히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수천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돈이 김 소장으로부터 온 돈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정씨는 “증여 문제 등이 불거질 것 같아 검찰에서는 현금으로 납부한 사실을 숨겼다”고 털어놨다. 이자납부 내역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는 “엑셀파일로 남기지 않고, 통장에만 연필로 작성했다”고 답했다.

장 회장은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과 다른 얘기가 나올 때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1심은 장 회장의 혐의 중 상습도박에 대해선 기각 및 면소 판결을 내리고, 특경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파철 판매대금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형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장 부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