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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승아의 죽음마저 쓸쓸하게 만든 경찰
“저는 그 아이가 장애가 있는 줄 알았어요. 제대로 걷지를 못하더라고요.”

5년 전 친모에게 살해당해 암매장된 안승아(사망 당시 4세) 양을 어렴풋이 기억한 동네 주민의 전언이다. 장애없이 태어난 승아를 동네 주민은 장애가 있는 아동이라고 생각했다. 승아는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던 걸까.

그 학대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열흘을 흘려 보냈다. 그러나 승아의 시신은 검찰 송치 후 마지막 수색이 있었던 지난 29일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승아는 살아 생전 베란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때처럼 생을 마감한 지금도 혼자 내버려진 셈이다.

경찰에게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5년이 지났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사건의 당사자인 친모의 메모 외엔 당시 상황을 설명할 증거가 없었다. 결국 사체를 유기한 계부 안모(39) 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초기의 난맥상을 고려하더라도 수사 과정 상의 엇박자는 납득하기 어렵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안씨가 진천 야산에 승아를 묻었다는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졌다는 지난 23일 수사 결과는 허탈감마저 느끼게 했다. 경찰은 안씨의 진술에 의존해 야산 일대 16군데를 갈아엎은 상태였다.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는 정황 증거가 수사 개시 후 6일이 지난 후에야 드러난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최면 수사 결과상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마지막까지 계부 진술에만 끌려다니는 경찰의 모습은 이번 수사 토대가 얼마나 빈약한지 보여줬다.

자살한 친모 한모(37) 씨를 편집증 증세로 몰아간 경찰의 모습 역시 아쉽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로 안씨의 불만이 컸다는 안씨 친구의 증언, 식료품을 사며 3만원씩 외상을 했다거나 딸 병원비를 위해 1만원씩을 빌렸다는 동네 주민들의 증언 등을 생각하면 학대의 원인을 한씨 개인의 정신병적 특성으로 몰아가기엔 무리가 크다. 게다가 한씨가 편집증일 경우 경찰은 과장과 왜곡으로 점철된 정신질환자의 메모에 의존해 사건을 수사해왔다는 얘기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아야 했던 승아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을 대하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였을 것이다. 경찰 역시 그 원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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