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 포럼] 정부3.0으로 본 山엔 ‘눈이 셋 손도 셋’
봄날 오후 밤골 할머니는 밭둑에 불을 붙였다. 농사 준비 들어가기 전 이맘 때 늘 하는 일이다. 그러다 ‘훅’ 회오리 바람이 불면서 불은 삽시간에 밭자락 옆 빠짝 마른 숲으로 번져 들어간다. 할머니는 번져가는 불을 바라보면 발만 동동 구른다. 이 때 지나가던 집배원이 전화기를 꺼내들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산림청 헬기가 날아와 ‘쏴아’ 시원하게 물벼락을 쏟아 붓고서야 이날 오후의 한바탕 난리가 진정이 됐다.

이같은 모습은 봄철 농산촌마을에 흔하다. 논ㆍ밭두렁과 쓰레기 등을 태우다가 산불이 발생한 것은 작년 기준 185건. 전체 산불의 30%이다. 피해면적도 168ha에 달한다. 집배원이 산불 잡는 사냥꾼이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산림청ㆍ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산불 감시원이 돼 주기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논ㆍ밭두렁을 태우는 주민들을 위해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센터와 손을 잡았다. 논ㆍ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예방에 효과가 없고, 위험천만한 산불 발생의 원인만 됨을 강조해 농산촌 주민들의 인식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농폐기물 소각을 줄이기 위해 농식품부, 환경부와 힘을 합쳐 농촌클린운동을 겸한 영농폐기물 수거작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정부3.0 정신을 공유하면, 문제를 들여다보는 눈이 늘어나고, 현장을 짚어보는 손길은 세심해지게 된다. 나아가 산림청은 시민과 협업을 통해 산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해법을 지역맞춤형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주민이 직접 산불예방의 주인공이 돼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해부터 실시돼 마을 이장 등 현장리더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올해에는 약 3300개 마을이 증가한 총 1만9000여개의 마을이 자발적 서약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이 정책의 주체로 나선 현장의 변화야말로 정부 3.0의 궁극적인 진면목이라 할 것이다. 

정부 3.0은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 분석을 정책과 연계하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해 무인항공기(드론)를 활용한 산림병해충 탐지 자동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경주와 영덕의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지를 드론으로 시범 조사를 실시하고 올해에는 피해목 조사 지역을 5만ha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분야에서도 드론 사용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키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기술원 등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3.0은 결국 정보를 개방하고, 벽을 허물어 협력하면 국민과 관련 기관 모두가 이득을 얻는다는 평범하지만 값진 원칙의 재발견이다. 혼자서 끙끙대면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손밖에 없어 번번이 벽에 부딪혔던 일이,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면 가장 밝은 세 번째 눈, 제일 솜씨 좋은 세 번째 손을 갖게 된다는 경험칙이기도 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