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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영국 정부가 최근 설탕을 사용하는 음료업체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동 비만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켜지고 있습니다. 설탕은 어쩌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존재가 됐을까요.

먼저 설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유럽인들이 설탕의 존재를 처음 접한 때는 기원전 4세기경이라고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 휘하에 있는 한 장군이 BC 327년 인더스강 근처를 지나면서 인도인들이 사탕수수 즙으로 음료수를 만드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그리스ㆍ로마 시대 들어 인도에서 생산된 설탕은 아랍으로 전해졌고, 이슬람 문화가 세계 여러 곳에 전파되면서 함께 알려지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때만 해도 설탕은 고급 조미료나 향신료, 약품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비잔틴 제국 시절엔 장미설탕이 해열제로 처방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다 설탕이 주변에 흔해지게 된 것은 16세기 이후부터입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노예를 활용, 대규모 플랜테이션으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죠. 그러면서 설탕이 요리와 식품에 널리 활용되게 됐습니다.

설탕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당분을 효과적으로 공급해주고, 음식의 맛도 좋게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맛의 중독성과 신속히 에너지원을 공급받으려는 욕구에 따라 적정량을 지키기가 사실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과도한 설탕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요. 그러려면 우선 탄수화물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당류(糖類)나 당질(糖質)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는 당 분자입니다. 탄소, 수소, 산소의 화합물인 당분자가 몇 개 결합됐느냐에 따라 탄수화물의 이름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당분자가 한 개 결합된 것을 단당류라고 합니다. 포도당이나 과당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당분자 두 개가 결합된 것은 이당류라고 불립니다. 설탕이 바로 여기에 포함되는데,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죠. 당분자가 3~10개 붙어 있는 것은 올리고당이라고 합니다. 콩이나 양배추, 브로콜리 등에 많습니다. 당분자가 3000개에서 수만 개까지 결합된 것을 다당류라고 하는데 녹말과 식이섬유, 통곡물 등에 들어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다시 소화ㆍ흡수 속도에 따라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분해나 흡수가 빠른 당을 단순당이라 부르는데 아무래도 당분자가 적은 단당류나 이당류가 여기에 포함되겠죠. 상대적으로 올리고당이나 다당류는 분해ㆍ흡수 속도가 느려 복합당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복합당은 에너지원으로 동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만, 혈당도 완만히 상승시켜 인슐린 분비 체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줍니다. 그러나 단순당은 빨리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즉각 사용이 가능하지만 혈당을 빠르게 높여 체내 당 조절 체계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이곳이 바로 설탕의 위험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설탕으로 인한 비정상적 혈당 상승은 췌장의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게 됩니다. 이러면 많이 생성된 인슐린이 많은 당분을 한꺼번에 세포로 이동시켜 다시 급격히 혈당이 떨어지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이치와 같은 것이죠. 이러면 다시 우리 몸은 혈당을 빨리 올려주는 단 음식을 찾게 되고, 다시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한 끼만 굶어도 손을 떨거나 신경질적 성향을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저혈당증이라 부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인슐린의 과잉 분비가 지속되면 우리 몸에도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면 몸이 고혈당 상태가 되고,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당뇨병 유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 인슐린이 많이 나오면 포도당을 당장 사용하지 않고 저장하려는 생리기전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슐린은 이런 포도당을 간, 혈관, 지방 조직에 중성지방(트리글리세리드) 형태로 저장하게 되는데, 이런 중성지방들은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킵니다. 그뿐 아니라 과도한 인슐린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많에 나오게 만들어 내장 지방의 축적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한편 설탕은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로토닌이란 신경물질은 장에서 당분을 섭취하면 뇌로 올라가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기분뿐 아니라 식욕, 수면, 근수축 등 많은 기능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설탕에 의해 급작스럽게 많이 분비되면 인슐린과 같은 원리로 당 공급이 끊길 때 심한 반작용을 일으키고 이로써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급적 요리에 설탕 사용을 멀리하고, 입에 달콤한 음식으로 당을 빨리 끌어올리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습니다. 대신 혈당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통곡물 중심의 다당류 식단을 권하고 있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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