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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전세계 최저임금 인상 열풍…‘복지ㆍ성장’ 둘 다 잡는 신의 한 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세계 경기 전망에 그늘이 드리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의 생활 수준을 올리고,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히려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8일(현지시간)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10달러(1만1700원)에서 2022년 15달러(1만7500원)로 점차 인상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잠정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은 2017년에 시간당 10.50달러로 오른 후 2018년 11달러, 2019년에 12달러 등 1년에 1달러씩 올라 2022년에 15달러가 된다. 다만 종업원이 25인 미만인 사업체에는 1년 유예 기간이 주어질 예정이다.


[사진 출처=Fight for $15 트위터]

브라운 주지사의 이날 발표는 지난 27일 캘리포니아 주의원들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를 이룬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룻만에 나왔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주의회가 이르면 1~2주 내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이른바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 이라는 이름으로 몇해전부터 진행됐다. 2012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들이 시간당 임금 15달러를 요구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줄기차게 사회적 관심을 끌어온 결과, 지난해 뉴욕주에서 패스트푸드 식당 종업원과 공무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했고,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의 패서디나시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 및 경제규모가 가장 큰 주로 다른 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대 전과’로 평가된다.

바람이 거세지자 대선 주자들도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각각 연방 최저임금을 12달러와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영국 역시 ‘생활임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최저임금 현실화에 나섰다. 생활임금은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개념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당장 오는 4월 1일부터 현재 시간당 6.70파운드(1만1100원)인 최저임금을 7.2파운드(1만2000원)로 올린 뒤, 2020년까지 9파운드(1만5000원)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연평균 인상률은 6.25%로 기존 최저임금 인상 속도(2.1%)의 세 배다.

러시아도 오는 7월부터 최저임금을 무려 20% 가까이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주 여당인 러시아연합당에서 가졌던 연설에서, 현재 한 달에 6204루블(10만5000원)인 최저임금을 오는 7월부터 7500루블(12만700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1월에도 최저임금을 4% 인상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최저임금과 생계 비용간 차이가 여전히 높아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 일본도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인상해 가능한 한 빨리 1000엔(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장이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힘을 얻은 이유는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인상론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려 한계소비성향(소득 대비 지출액) 이 높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면, 곧바로 내수로 이어져 꽉막힌 돈의 흐름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높은 생활비, 낮은 임금으로 불만이 가득찬 서민들을 달래주는 효과도 있다. 현재 선진국 저소득층 사이에서 극우 성향이 싹을 튼 이유 중 하나가 곤궁한 생활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필요 또한 존재한다.

반면에 인건비 상승 압박 때문에 기업 투자가 줄고, 해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가뜩이나 이민자는 밀려들어오고, 기업들은 해외로 떠나는 판에 이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는 저소득층의 극우적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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