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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 130만원…유럽 국경 막히자 난민 밀수 성행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 폐쇄되자 난민 밀수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난민들은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해 최소 1000유로(약 130만원)를 밀수업자에게 건네야한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달 초 유럽연합(EU)은 정상회담을 열고 발칸반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러가 발생해 유럽 각국의 국경 경비는 더욱 삼엄해졌다.

현재 그리스에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난민 5만여명이 갇혀있다. 난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독일 등으로 탈출하게 해줄 밀수업자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리스 아테네 빅토리아 광장의 난민들 [사진=게티이미지]

그리스 아테네의 빅토리아광장이 난민 밀수업의 중심지다. 밀수업자들은 경찰이 나타나면 구석에 숨었다가 몇분 뒤 다시 활개를 치고 다닌다.

WSJ에 따르면 목적지와 이동수단에 따라 난민들이 밀수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달라진다.

트럭이나 배로 이탈리아에 가려면 1000~1200유로가 든다. 도보나 차량으로 독일ㆍ스위스에 갈 때는 1500~2000유로다. 도보나 차량으로 노르웨이ㆍ스웨덴으로 갈 때는 2500유로다. 독일ㆍ노르웨이ㆍ스웨덴에 비행기로 가면 3500~5000유로가 든다. 캐나다에 비행기로 가려면 1만4000유로(약 1800만원)를 내야 한다.

이탈리아로 가는 것이 가장 저렴하긴 하지만 이탈리아 정착을 바라는 난민은 별로 없다. 이탈리아 역시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 빅토리아 광장의 난민들 [사진=게티이미지]

밀수업자들은 도중에 난민이 경찰에 잡혀서 그리스로 돌아오면 환불도 해준다. 하지만 위조여권 제조비용이나 비행기 티켓 가격 등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내야한다.

밀수업자들 역시 대부분 난민들과 같은 국가 출신들이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밀수업자인 알리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난민 30명을 독일로 보내 5만4000유로(약 7000만원)를 벌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스로 넘어온 22살 아라쉬는 독일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기 원한다. 그는 텐트를 사러 상점에 갔다가 점원으로부터 밀수업자를 만나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독일로 가려면 1800유로를 줘야하지만 아라쉬가 가진 돈은 200유로에 불과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유로 미만이다. 아라쉬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부모가 돈을 보내줄 때까지 난민캠프에서 기다릴수 밖에 없다.

난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벨기에 테러로 인해 각국의 공항, 기차역, 국경 등의 보안이 더욱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밀수업자들의 작업은 더 어려워졌지만, 그 만큼 가격을 더 올릴 수 있게 됐다.

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루트 중 하나는 그리스 북부에서 마케도니아로 넘어가는 것이다. 난민들은 경비가 철저한 국경 대신 숨어있는 산길을 이용한다. 하지만 마케도니아 경찰이 이 같은 길들도 정찰하자, 밀수업자들은 새로운 길을 발굴하고 있다.

WSJ는 “난민 밀수업은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라며 “난민들을 관광객들 속에 섞어서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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