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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삼시대’ 접고 ‘강서시대’…홈플러스 “신선식품 품질로 승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17년의 역삼시대를 접고 강서시대를 열게 됐다. 공교롭게도 새 투자자와 새 대표를 맞은 직후다. 홈플러스는 강서시대 개막의 키워드로 ‘품질강화’를 내걸고 상품 차별화, 품질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대형마트 업계의 화두는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ㆍ모바일 유통업체에 빼앗긴 젊은 고객을 찾아오는 일이다. 이를 위해 출혈경쟁 아니냐는 우려를 속에서도 기저귀, 분유, 여성용품 등 생필품에 대해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 같은 최저가 경쟁에 아예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김상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손댄 일은 신선식품 품질강화 정책이다.

김 대표는 결국 ‘1원 전쟁’이 될 게 뻔한 최저가 경쟁보다는 우수한 품질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의 기본은 주부들의 ‘장보기’이니 신선식품 강화를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달 초 “전국 발품 소싱, 글로벌 소싱을 통해 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하겠다”며 스페인의 이베리코 품종 냉장 돼지 등갈비, 페루 애플망고를 들여왔다. 국내에서 품질 관리가 뛰어난 농장에 대해서는 ‘신선플러스 농장’으로 지정해 해당 상품을 홈플러스의 전략 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품질 강화와 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 소싱이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김 대표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본사 사무실로 써오던 강남구 역삼동의 삼정개발빌딩을 떠나 다음달 초중순께 강서사옥으로 이전한다. 홈플러스의 강서사옥은 강서점 점포 건물을 수직 증축해 마련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의 합작으로 탄생했을 때부터 역삼동 건물을 본사로 사용해 왔다. 2011년 삼성물산이 손을 떼고, 홈플러스가 테스코 지분 100%인 유통기업으로 변신했을 때에도 역삼동 본사에서 역사를 이어왔다.

본사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 대형마트의 고속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논의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는 기존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운영 중이던 강서점 건물에 5개층을 더 올려 본사로 쓰기로 결정했다.

이삿날은 공사가 마무리되는 상황을 보고 결정되겠지만, 대략 다음달 10여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번 이전에 드는 비용은 약 550억원. 홈플러스는 향후 임대료 절감 등을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라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사옥 이전에 거는 기대는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만이 아니다.

서울 서남부 주력 점포 중 하나인 강서점과 본사가 함께 있게 돼 점포와 본사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본사와 점포가 가까이에 있는 이마트(성수)나 롯데마트(잠실)는 사진 행사 등 홍보 활동을 하거나 프로모션을 할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본사는 역삼에 두면서 주요 행사 진행은 영등포에 있는 문래점을 이용하느라 여러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홈플러스는 그 동안 테스코의 유통 노하우와 글로벌 소싱능력을 바탕에 두고 급격히 성장했으나 테스코가 부채 상환의 압박을 받으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투자도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여기에 경기 불황 등의 요인까지 더해져 홈플러스는 몇 년 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000년 5672억원이었던 매출은 2011년 9조9301억원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경기 불황과 심화된 경쟁 등으로 인해 몇 년 째 9조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테스코가 손을 뗀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새 시대를 열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 때문에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MBK측은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새롭게 열게 될 강서시대를 맞아 새 투자자와 새 대표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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