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힘’없는 청문회
“가만히 있으라.”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조타실 내 선원들이 승객을 내팽겨치고 탈출하던 9시45분께 선내에 울려 퍼지던 안내방송이었다. 신속히 대피 준비를 해도 모자란 시간에 나온 이 한마디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서해 바다에서 잠들고 말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제2차 청문회에 당시 해당 방송을 했던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씨가 나타났다. 강씨는 청문회 증언을 통해 해당 방송이 청해진 해운의 지시에 의해 실시됐다고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 오랜 시간동안 검찰, 법원, 감사원 등 수많은 국가 기관도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이 특조위 제2차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기존에 나온 수사 결과들을 반복했던 지난해 12월 제1차 청문회와 달리 이번 청문회에서는 작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확인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청문위원들이 세월호 선원을 강하게 심문한 결과 이준석 선장이 사고 당시 퇴선 명령을 내렸던 사실을 알아냈고, 사고 당시 함께 조타실에 있었던 선원들 간 엇갈리는 진술을 얻어내 기존 조사 때 허위진술을 했다는 정황적 근거를 확인했다.

진실이 밝혀지길 가장 고대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대표인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상임위원은 “지난 1차 청문회보다 훨씬 더 의미 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새로운 진술이 확보될수록 뒷맛이 씁쓸하다. 특조위는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아무리 새로운 진술이 나온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추가 수사나 처벌이 불가능한 ‘힘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는 합의를 통해 필요할 경우 언제든 특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특조위가 국회에 요청한 세월호 특검 요청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고 있다.

‘내우외환’을 겪는 특조위지만, 남은 일정에서 더 많은 진실을 밝혀 아직 아물지 못한 많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제2차 청문회는 하루 더 남았다. 


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