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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치킨게임 2R]삼성ㆍ하이닉스만 살아남은 8년 치킨게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역사깊은 독일 회사가 망했다. 세계를 휘어잡던 일본 업체들도 도산과 합병, 또 도산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미국의 회사도 정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했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나락으로 이끌었던 ‘치킨 게임’의 결말이다.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상대방이 죽어야만 내가 사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60년대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나왔던 자동차 레이싱 게임이 치킨 게임의 대표적인 예다. 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다, 먼저 운전대를 꺾으면 진다. 어느 한 쪽이 포기를 안하면 둘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치킨 게임이 세계 산업 역사에서 일어났다. 반도체 시장이다.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온, 대만 이노테라,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제 살 깎아먹는 가격 경쟁을 펼친 것이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자를 시장에서 영원이 퇴출 시키겠다는 무서운 경쟁이였다.


발단은 2002년, 미국 법무부가 세계 7개 D램 반도체 제조사들을 담합 협의로 조사한 것에서 출발한다. 미국 정부의 압박과 미국 기업인 램버스가 반도체 회사들을 향해 무차별 소송을 남발했고, 그 결과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모두 막대한 적자의 늪에 빠진다.

이 때 반도체 업체들이 선택한 적자 탈출의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였다. 대규모 설비를 투자해, 일단 공장을 돌리면 감산, 또 증산이 쉽지 않은 메모리 반도체 특성 상, 차라리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가동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모든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상품 가격은 끝없이 떨어졌고, 업체들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됐다. 2008년 3분기 세계 최대 D램 업체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0%가 됐다. 하이닉스는 -28%, 마이크론 -35%, 이노테라는 -39%를 기록했다. 심지어 대만의 난야는 -69%라는 말도 안되는 숫자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 다음분기 천하의 삼성전자도 -14%라는 숫자를 기록했다. 난야의 영업이익률은 -105%까지 늘어났다.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듬해 치킨 게임의 폐자가 속속 탄생했다. 2009년 1월 키몬다가 파산했고, 2월에는 엘피다가 일본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다. 대만과 독일 업체들도 문을 닫거나 생산 규모를 결국 크게 줄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40%에서 50% 초중반까지 끌어올렸고, 이 와중에 살아남은 하이닉스 역시 이후 반등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난 2016년, 중국이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담긴 인민폐 다발을 들고 반도체 치킨 게임 2라운드 참전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는 돈으로 구워삶은 일본과 대만도 가세하는 모습니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지방정부와 사모펀드 등으로 약 300억 달러를 조달받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고 선언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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