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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펠러 후예가 해양자원 지키는 법…“적극적으로 먹어라”
석유왕의 장손 데이비드 록펠러 Jr.
비영리단체 세워 해양자원 보호 앞장
‘멸종위기종보단 풍부한 어류 먹자’ 취지
어부들엔 추천어류 많이 잡도록 권유



록펠러 가문은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자 존경받는 기부 집안의 대표주자다. 19세기 중반 미국 석유정제사업에 뛰어든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를 시작으로 5대째 자선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록펠러 가문의 후예 가운데 누구보다 해양자원 보호에 앞장서는 이가 있다. 바로 록펠러 가문의 장손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David Rockefeller Jr.ㆍ75)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그의 첫 프로필만 봐도 그가 얼마나 바다를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프로필은 ‘미국 선원(sailor)’으로 시작해 ‘독지가, 비영리 환경 분야 활발한 참여자’로 끝난다.


데이비드가 해양자원을 보호하는 발상은 독특하다. 멸종위기 어류를 ‘먹지 말라’가 아니라 다른 풍부한 어류들을 ‘적극적으로 먹자’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깨끗한 바다를 지킵시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지나친 자본주의에 따른 문제를 자본주의를 활용해 해결해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해양자원은 남획과 금어(禁漁)를 깨는 활동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바다에 가라앉는 보물(Sunken Billions)’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어업관리 시스템 미비, 비효율성, 남획, 해양오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인류가 바다에서 얻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500억~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50년간 각국 어부들이 작은 물고기들을 남획하면서 대형어는 90% 감소했다. 이는 ‘고비용’ 어업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어업 비효율성과 빈곤의 악순환을 낳고 결국 인간에게 중요한 단백질원이 손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비드는 자신이 2004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세일러즈 포 더 시(Sailors for the SeaㆍSfS)를 발판으로 삼았다. SfS는 수상스포츠 애호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3만명 회원을 거느린 해양환경 보호단체다.

그는 해양자원을 원상복귀시키기 위해서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해산물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블루 시푸드(해산물)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블루 시푸드 가이드란 ‘먹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먹자’고 추천하는 생선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15~2016년 블루 시푸드로 지정된 어류에는 넙치, 참돔, 꽁치, 망치 고등어, 연어, 멸치 등이 포함됐다.

데이비드는 “소비 측면에서 생산자를 바꿔나가려는 시도”라며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으로 잡힌 어류를 많이 먹어 어부들이 그런 방식으로 어류를 많이 생산해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비교적 풍부하고 맛있는 해산물들을 블루 시푸드 가이드로 선정해 세계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과도 나타났다. 블루 해산물 가이드가 학교나 기업, 레스토랑에 보급된 것은 물론 대형 외식 체인 및 냉동식품기업들이 멸종 위험이 없고 환경친화적으로 잡힌 블루 해산물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양자원 보호를 위한 데이비드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세계은행 총재와 모나코 대공 등이 참석하는 유력 국제회의인 ‘세계해양서밋’ 등에 자금을 대고, 각국 정부에 지속 가능한 어업 육성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을 방문해 SfS 총회 연설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맛있고 환경친화적인 초밥을 많이 제공해달라”며 해양자원 보호를 강조했다.

데이비드의 순자산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200명에 달하는 록펠러 가문의 자산은 110억달러(12조7700억원)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30억달러는 현존하는 최고령 슈퍼리치이자 데이비드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록펠러 시니어(David Rockefeller Sr.ㆍ100)가 소유하고 있다. 한편 1913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자선단체인 록펠러재단의 기금은 330억달러(38조3000억원ㆍ2009년 기준)로 추산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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