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본격적인 시작은 24일 김무성 대표의 기자회견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상향식 공천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이와함께 유승민,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등 은평을(유재길), 송파을(유영하), 대구동구갑(정종섭), 동구을(이재만), 달성군(추경호) 전국 5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 의결을 거부한 뒤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갔다.
이 지역의 ‘친박’ 후보들에 대한 공천장에 대표의 직인, 즉 ‘옥새’를 찍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 것이다. 그 동안 공천과정에서 ‘비박’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라도 하는 듯, ‘진짜 사나이’의 모습을 과시한 셈이다.
현행 법상 중앙선관위에 제출하는 각 정당의 후보등록신청서에는 당 대표의 직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대표가 25일 오후 6시까지 ‘1박2일’을 버티면 새누리당은 이들 5개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다.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비박’들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뒤이어 런닝맨이 시작된다. ‘친박’ 행동대장 격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밤 ‘옥새’를 받으러 부산으로 향한다. 이날 김-원 두 사람간 횟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인 이른바 ‘자갈치 회동’이 이뤄졌지만 진전은 없었다.
김 대표는 “25일 당무에 복귀하겠다”고만 했고, 원 대표는 “최고위를 열겠다”고 했다.
25일 오전 원 대표는 최고위를 소집했지만, 김 대표는 “회의 소집은 대표 권한”이라며 “도장은 못 찍는다”고 맞섰다.
청와대 분위기도 술렁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할 말이 없다”면서 침묵을 지켰지만 “당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며 당혹해했다.
감을 드러냈다. 애초 유승민 의원이 전날 무소속 출마하면서 청와대는 4·13총선 공천 문제는 정리된 것으로 파악했다.
김 대표가 추인을 거부한 5곳 중 대구 달성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지역구이기도 했다.
대구 동을은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한 곳이어서 김 대표의 ‘옥새투쟁’이 청와대에 대한 ‘무한도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참모는 “이 당이 김무성 당이냐”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러자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나섰다. 이른바 ‘대표’ 이름표 떼기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최고위원회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김 대표의 유고 상태로 해석해 ‘원유철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고 경고했다. 실력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이러자 김 대표 측에서 의외의 수를 탰했다. 이날 11시30분부터 최고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가 일단 열리면 김 대표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최고위원회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또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당의 직인, 이른바 '옥새'다. 마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당의 직인과 당 대표 직인의 행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친박계 최고위원들 끼리 모여 개최한 간담회에서 "당의 직인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당사에 보관돼 있어야 마땅한데 당의 직인 2개가 당사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치 5개 지역구 공천 결과에 반발한 김 대표가 '옥새'를 싸들고 돌연 부산행을감행한 듯한 뉘앙스로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당의 직인을 하루빨리 당사에 반납해 공적인 (용도로) 당의 직인으로 사용할 수 있게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
그런데 옥새의 주인인 김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이날 오전 부산에서 서울로 귀경한 김 대표는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인과 당 대표 직인은 당사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공항에서 곧장 향한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에게 "그 도장을 가지고 (부산에) 가지 않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공천장에 날인이 찍혀야 할 항목으로 표시된 부분은 '추천인 새누리당'과 '대표최고위원 김무성' 등 2가지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새누리당인(印)과 새누리당 대표인은 당사에 보관되며 이를 누군가 들고 이동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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