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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뤼셀 테러 그 후]적전 분열? 연대?…기로에 선 유럽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슬람국가(IS)의 브뤼셀 테러로 가뜩이나 분열 위기에 놓인 유럽연합(EU)이 더 큰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EU 정상들은 대테러 대응을 위해 연대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제까지 그와는 반대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테러 발생 이후 EU 각국은 테러 세력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EU 정상들은 “우리는 단결해 증오와 폭력적인 극단주의, 테러에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24일에는 28개 회원국 내무ㆍ법무 장관들이 브뤼셀에서 모여 향후 대응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그러나 EU는 지난해 11월 있었던 파리 테러 이후에도 제대로 된 공동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분열만 가속화됐다. EU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체제의 붕괴 위기는 그 대표 사례다. 새해 들어서도 줄어들 줄 모르고 밀려드는 난민 때문에 각국은 국경을 걸어잠갔다. 더 나아가 영국은 EU를 탈퇴하겠다(브렉시트)는 압박을 계속하고 있고, 덴시트(덴마크), 첵시트(체코)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EU가 무너질 경우 회원국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경제논리’가 ‘안보논리’보다 우위에 서 있다. 국제 회계ㆍ컨설팅회사 PwC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202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EU에 잔류했을 때보다 5%(약 169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셍겐조약이 폐지될 경우 각종 수출입 통로가 막힐 뿐 아니라 출근을 위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던 약 1700만명에 이르는 EU 시민들의 이동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하나의 유럽’에 대한 회의감은 점점 더 퍼져가고 있다. 기업과 사회지도층이 주장하는 경제논리가 난민 등 이주민에 일자리를 잠식당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인종적ㆍ문화적 반감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다. 이는 EU 각국의 극우정당이 인기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클로디오 피론은 “브뤼셀 테러 등의 악재들이 여론을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울게 하고 있다”며 “또 다른 악재가 터지면 여론을 포퓰리즘이나 글로벌화의 분열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파리 테러 이후 지리멸렬하기만 했던 EU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4일 있을 EU 장관 회의에 대해 “EU 지도자들은 최근 몇달 동안 여러번 만나서 난민 위기 및 테러리즘에 단합되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자고 했지만, 사실상 매번 분열됐다”고 꼬집었다. 또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장 마리 게에노 대표는 “유럽은 시리아 위기가 유럽에 도달할 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실수다”라고 평가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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