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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약속에 장병들 목숨 판 군 장성들...방탄 안되는 방탄복ㆍ방탄모 납품받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군의 대규모 방산비리가 사실로 드러났다.

군 고위 장성이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취업을 보장받아 금품을 제공받았고, 이로 인해 기존의 군용품 조달 계획이 뒤틀렸다.

다른 군 장성은 공개경쟁 입찰에서 2순위 업체가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1순위 업체 대표에게 양보를 종용하고 그 댓가로 전역 후 취업을 보장받았다.

수십억~수천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군 장성이 이런 식으로 개입해 취한 금전적 이익은 불과 수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군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 방산비리 기동 점검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8일부터 9월 4일까지 약 3개월간 감사를 실시해 징계요구 2건 등 총 11건의 감사 결과를 해당 기관장 등에 통보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7년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조달계획까지 수립했지만 지난 2011년 10월 해당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보통탄 방호 수준의 방탄복을 구매하는 등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지난 2007년 12월부터 5년간 28억여원을 들여 첨단나노기술을 적용한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방탄복은 2010년 11월 공인시험기관 검사에서 철갑탄을 막을 수 있음이 입증됐다.

다음달인 2010년 12월 국방부는 2011~2016 피복 및 장구류 중기 개선계획을 수립해 해당 액체방탄복의 육해공 각 군 조달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11년 10월 군은 이 계획을 돌연 철회하고 민간업체를 통해 다목적방탄복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고위 장성 A씨가 특정업체와 유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에 보급된 방탄복을 병사들이 착용한 채 훈련을 하고 있다.

다목적방탄복 민간업체에 돈 받고 특혜=A씨는 2011년 8월경 군을 전역하고 민간업체에 취직한 B씨로부터 ‘다목적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A씨는 2011년 10월 기존의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민간업체의 다목적방탄복 수의계약을 결정했다. 2011년 12월에는 해당 업체의 청탁 내용대로 다목적방탄복의 성능 기준을 철갑탄이 아닌 보통탄 수준으로 하향했다. 사업자 선정 방법도 시제품 평가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A는 이렇게 한 대가로 자신의 아내를 해당 업체의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2014년 3월부터 11월까지 3900여만원을 받았다.

육군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 B씨는 이 과정에서 방탄복 성능 기준 등 국방부 내부 정보를 업체에 제공해 5100여만원의 금품을 받고 2012년 6월에는 관련 업체 이사로 취임했다.

방위사업청, 육군사관학교 등도 이런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2011년 11월 방위사업청은 ADD로부터 액체방탄복의 군 적용을 위한 시험평가를 의뢰받고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사관학교는 사업자 선정 전 해당 민간업체에 방탄복 시험시설과 장비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줬다. 이에 따라 결국 선정된 업체는 약 2700억여원 상당의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국방부는 지난 2014∼2015년 이 업체와 260억여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일선 부대와 해외파병 부대 등에 이미 3만5200여벌의 방탄복을 지급한 상태다.

감사원 측은 선정된 해당 업체의 방탄복으로 지난해 5월 철갑탄 방탄 여부를 시험한 결과 완전히 관통해 해외 파병 등 특수임무 부대 장병들이 철갑탄의 위협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육사 교수 B씨는 2009년 8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탄약 534발을 무단 반출해 업체에 제공하고, 업체가 방탄유리 시험을 하지 않았지만 한 것처럼 허위 방탄시험 성적서를 작성하는 등 2009년 11월부터 12월까지 2개 업체에 37건의 성적서를 허위 발급해줬다. 그 대가로 1억1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전역 후인 2010년 2월에는 관련 업체의 연구소장으로 취직했다.

B씨는 결국 지난 3월 2일 검찰에 구속됐다.

군 장성이 방탄헬멧 1순위업체에 압력 행사=방위사업청 육군 장성 C씨는 2012년 6월 36억원 상당의 신형 방탄헬멧 입찰에서 1순위로 선정된 업체에게 2순위 업체로 납품권을 넘기도록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C씨는 그 대가로 2014년 2월 해당 업체의 지주회사에 취업했고 고문 등의 역할을 하며 4개월간 약 4600여만원을 받았다.

방사청 육군장성 D씨 등 3명은 2011년 7월 헬멧부속재 입찰시 1순위 업체 점수를 감점해 탈락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순위 업체가 소송을 제기해 결국 1순위 업체와 계약이 체결됐지만 D씨 등 3명은 이후에도 특수조끼 등 3개 품목 심사에서 다시 이 업체에 감점을 줘 결국 탈락시키고 후순위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1순위 업체는 결국 관련 소송에서 2011년 12월 승소하고도 낙찰받을 수 없어 불이익을 봤다.

또한 국방기술품질원은 2014년 6월부터 12월까지 모 업체가 납품한 51억원 상당의 1216동 규모 분대용 천막에 대해 품질보증업무를 하면서 불만사항이 접수됐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적발됐다.

분대용 천막의 외피고정끈은 국방 규격서상 두 겹으로 제작하게 돼 있으나 한 겹으로 제작해 납품한 것을 방치한 것.

2014년 11월부터 12월까지 6개 부대에서 외피고정끈이 찢어져 이탈된다는 79건의 불만사항이 접수됐지만, 사용상 부주의라는 업체 주장만 믿고 기품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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