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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책>농부가 된 베테랑 경제기자의 전원생활 촌테크
[헤럴드경제=문호진 선임기자] 책을 집어들면 ‘촌테크’라는 신조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풀이하자면 시골 테크놀로지 즉 ‘도시인의 로망’이라는 전원생활에도 소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귀농귀촌 열풍시대에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명 추산)를 비롯한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혹시나 전원으로 가는 쉽고 넓은 길이 제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 도시인이라면 꿈 깨시라! 막상 일독하고 나면 촌테크란 전원으로 가는 좁고 험난한 길을 매우 조심스럽게 안내하는 지침서라는 걸 알게 된다. 막연하게 꿈꿔왔던 전원생활의 희망과 환상은 이내 산산조각이 난다. 그저 ‘전원생활이 참 좋다’라고 속삭이는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원생활 7년차인 저자는 경제지기자 출신답게 농업농촌, 귀농귀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다소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전원생활 입지에 대해 살기에 좋은 땅, 나쁜 땅, 이상한 땅으로 분류하고 나쁜 땅은 멀리하고 이상한 땅은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전원주택 또한 마찬가지다. 



예컨대 농사의 주 무대인 시골이건만 터를 선택할 때 농지에 포위된 땅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단언한다. 농사로 인한 냄새 소음 농약 등 유해한 환경 때문에 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 대신 집터 등의 최소 두 면은 숲이나 개울 등 자연으로 둘러싸여 농사로부터 격리된 곳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도시민 누구나 행복한 전원생활의 첫째 조건으로 멋진 자연환경을 꼽지만 정작 살아보면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이웃’이라고 일깨워준다. 경제통인 필자는 전원생활도 재테크임을 거듭 강조한다. 넓게는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지역 선택부터 현대판 전원명당 찾는 법과 성형 미인 땅 만드는 방법, 강소주택 및 힐링하우스 짓는 방법, 각종 세테크와 생활테크 이르기까지 각종 ‘비법(?)’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책에만 의존한 전원행에 대해서는 ‘시한부 귀농’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억대 부농의 환상에 젖어 도시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는 작금의 귀농귀촌 현실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한다. 귀농귀촌 열풍에 편승한 기획영농부동산의 사기의 덫을 조심하라는 경보도 울린다.

이렇게 험난한 전원행, 전원생활 이라면 아예 접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저자는 새로운 인생2막의 삶터이자 쉼터, 일터로 주저 없이 전원을 꼽는다. 다만, 돈 명예 성공 등 도시(의 가치)를 내려놓지 않으면 결코 힐링 안식 행복 등 전원(의 가치)을 얻을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말한다. “전원생활이란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삶이다. 자연인은 무엇보다 자연과의 교제에서 더 많은 즐거움과 기쁨,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전원생활 7년차인 나는 지금도 여전히 자연인 농부를 꿈꾸고 산다. 그래서 행복하다. 가급적 많은 이가 이 행복한 꿈을 함께 꾸었으면 좋겠다.” 자 어찌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박인호ㆍ동아일보사ㆍ264쪽)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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