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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영기계, 디젤엔진 원조 獨서도 찬사
한금태 회장 “MAN사 피스톤헤드 전량 우리 것만 써“



“디젤엔진 원조인 독일 자동차회사도 피스톤 부품은 전량 우리 것만 씁니다. 글로벌화와 성장, R&D 외엔 방법이 없죠.”

독일 엔지니어 루돌프 디젤은 1897년 아우크스부르크 기계제작소에서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 제작소는 오늘날 디젤엔진 분야 세계 최고로 꼽히는 독일의 만(MAN) 사의 전신이다. 이 ‘원조’에 실린더·피스톤헤드·피스톤 등 디젤엔진의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삼영기계(대표 한금태)는 1975년 설립 이래 선박 및 기관차용 디젤엔진 제조에 매진해왔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중형급 디젤엔진을 처음 국산화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젠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했다. 충남 공주시 삼영기계 본사에서 한금태 회장을 만나 긴 이야기를 들었다.

한 회장은 “회사 설립 당시 국내에는 디젤엔진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자가 없었다. 그 때도 설계기술은 선봉에 서 있었다”며 “최고의 분야에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 싶어 도전하고 노력해왔으며,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삼영기계는 국내 최초로 철도용 디젤엔진 부품 국산화에 성공, 지금까지 한국철도공사에 디젤엔진 핵심부품인 피스톤, 피스톤헤드, 실린더 라이너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이후 현대중공업의 선박용 디젤엔진 부품 제작을 맡으며 사세를 키운 삼영기계는 지난 2010년 독일의 만 사와도 부품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는 매출 700억원대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삼영기계는 생산 제품의 70~80%를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 회장은 “한번은 만 사가 납품받은 엔진에 문제가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면밀한 조사와 분석 끝에 그들도 몰랐던 결정적인 설계결함을 발견해줘 오히려 찬사를 들었다”며 “만 사는 이후 디젤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헤드를 전량 우리 제품을 쓸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해준다”고 했다.

한 회장은 기술자뿐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오늘날 삼성 등 대기업들이 널리 활용하고 있는 소사장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주인공이다. 90년대 초반 노사갈등으로 고민하던 한 회장은 직원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공장 내 여러 생산라인을 독립시켜 책임자를 두고 각자 사업자 등록을 하게 만들었다.

해당 사업장이 생산한 물량을 모기업인 삼영기계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소사장 제도는 시행 1년 만에 생산량 5배 증가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한 회장은 “당시에는 법적으로 이런 식의 사업자등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년 동안 국세청과 정부 관계기관을 쫓아다니며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1992년 5월 국세법이 개정되면서 소사장 제도가 합법적으로 시행될 수 있게 됐고, 생산한 만큼 해당 사업장이 돈을 벌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한금태 삼영기계 회장이 충남 공주시 본사에서 40여년 간의 사업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어 “젊었을 때 처음 입사했던 회사가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도를 내는 걸 보고,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경영이란 전략이 없으면 기술력 발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최선인가를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경영”이라며 경영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정부는 최근 들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기업화와 수출시장 및 품목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 회장은 중소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기술력이라고 역설했다.

한 회장은 “국내 시장은 좁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술력이다. 끊임없는 R&D로 자신만의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그 이상의 결과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공주=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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