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16 대한민국 가치경영대상] 화선지가 된 벽, 먹으로 붓질한 돌…‘중도’를 담다
송일상 조각가


조각가 송일상 작가는 1999년 개인전 이후로 백과 흑이라는 강렬한 색으로 대조되는 동양화의 철학을 조형이라는 다른 그릇에 꾸준히 담아 왔다. 흰 벽을 커다란 화선지로, 돌을 먹물로 붓질한 획으로 표현한 그의 조각들은 서양예술인 조각이 서양의 사조를 답습해 온다는 비평에서 한 단계 나아간 창작개념을 보여 준다. 찰나의 한 획은 더욱 입체적이고 강렬하게 표현되며, 동양의 대표적인 그림인 수묵화가 주는 시각적 효과를 더 강화한다. 

송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관에 대해 ‘중도’라고 정의하며 “고요함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요동치는 질풍의 영혼이, 견고한 표면과 조화를 이루어 흔들리는 자아의 균형을 이루며 중도를 지키고자 하는 끝없는 몸부림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흑과 백의 상반됨과 조화를 보여주는 송 작가의 작품인 <흔적>, <비움>, <쉼>은 흰 바탕과 검은 획으로 <정-중-동(淨-中-動)>에 이르며 오석으로 조각된 작가의 자유로운 부유와 사색을 보여주고 있다. 송 작가는 조각가로서 마치 우주와 같은 무한성을 상징하는 벽이라는 공간에 대비되고 정형화된 먹물의 색감을 담으면서 동양 정신에 입각해 조각이라는 수단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있다고 한다. 동양의 선현들이 성정을 바르게 하고 학문 혹은 예술이라는 목표 아래 스스로 인격도야에 신경을 써 왔듯, 예술을 하는 작가이자 동양고전의 사상에 감화되어 한 인간으로서 성찰 중이기도 한 송 작가는 오석을 다듬는 행위로써 고전을 경배하는 철학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존재에 대한 순환, 회귀, 성찰에 대한 송 작가의 확장과 재해석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격려와 염원의 발로이기도 하다. 한편 이러한 점을 극대화하고자, 획을 상징한 추상적인 표현 외에도 인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나타내기도 한다.
 

광복 70주년 행사를 위한 <여성인권수호 기원상>에서 송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위로하고 정화해주고자 가장 맑고 어린 나이였던 소녀의 모습으로 형상화 하여 조각하였음을 밝혔다. 미학의 깊이가 자기수행으로, 예술에 대한 신념으로, 생을 향한 치열한 고뇌와 표현, 깊은 관조를 담았다는 점은 최근 송 작가의 작품 면면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과 의지, 관점들은 행위예술이나 1차원적인 흰 화폭에 담겼던 검은 획이 벽면의 선과 곡선으로 나아가며 생명력을 갖게끔 한 것이다. 고전의 재해석으로 현대 조각의 대안을 보여준 송 작가가 표현한 일획과 중도의 울림은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