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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쿠바 88년 만의 정상회담] 오바마-카스트로, 아직은 너무 먼 이웃
냉전접고 ‘새로운날’맞은 美·쿠바
금수조치·관타나모 반환·인권등
주요 3개 현안 온도차 여전히 커
향후 관계정상화까진 진통예상



미국과 쿠바 정상이 반세기 동안 이어진 냉전적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자 손을 맞잡았다. 외신들은 이 역사적인 악수를 1970년대 동서간 긴장완화에 빗대 ‘데탕트’라고 표현했지만, 해빙기에 살얼음이 있듯 양국 정상은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며 견해 차를 보였다. ‘정상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것은 88년만이다. 두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날(nuevo dia)”이라며 “쿠바의 운명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쿠바인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카스트로 의장도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까지 해협을 횡단한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니아드를 언급하며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미국의 대(對) 쿠바 금수조치, 관타나모 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및 인권 문제 등 세 가지 주요 현안에 대해 커다란 입장 차를 보여, 관계 복원의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스트로 의장은 정상회담에서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반환 문제를 우선 순위로 꺼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으로 쿠바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금수조치를 53년 간 유지하고 있다. 쿠바는 냉전 기간 구소련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달러의 원조를 받아 경제를 운용할 수 있었지만, 소련이 붕괴된 이후 경제가 추락했다. 미국의 경제재제만 풀려도 한결 숨통이 틔일 수 있는 상황. 이에 미국은 2014년 12월 국교정상화를 선언하고 상업교류 활성화, 여행제한 해제 등 부분적으로 재제 조치를 완화해 왔다.

관타나모 기지 반환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미국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이겨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 독립을 지원했다. 미국은 그 댓가로 관타나모 영구임차 협정을 체결했는데, 임차료는 1년 4000달러(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쿠바 정부는 관타나모가 무단 점거라며 55년째 돈을 청구하지도 않고 있다. 미국이 쿠바에 관타나모 기지를 반환하려면 우선 기지 안에 있는 테러 용의자 수용소를 폐쇄하고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

문제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반대하는 공화당이 미국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금수조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쿠바의 독재체제와 인권문제 등을 이유로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금수조치는 미국과 쿠바인들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종료될 것”이라고 답했다. 관타나모 반환의 선제 조건이 될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 폐쇄 역시 국방부와 의회의 반대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독재와 인권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이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자, 미국내에서 공화당의 입장을 돌릴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카스트로 의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카스트로 의장이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인권을 수호하고 있으며 우리는 광범위한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강조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를 불안하게 하는 미국 첩자들의 활동은 규제하지만, 무상 의료보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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