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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승민 찍어내기’에서 드러난 여권 지도부의 무능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총선 후보자 등록을 사흘 앞둔 21일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를 잇달아 열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고위원회는 유 의원 문제를 의제에 아예 올리지도 못하고 공관위에 떠넘기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공관위 역시 ‘공천 배제’를 내부적으로 확정해 놓고도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유 의원 결단만 기다리고 있다. 22일 공관위가 속개되고, 이어 심야 최고위가 열린다지만 딱 부러진 결론을 못내릴 공산이 높아 보인다. 정치적 소신과 책임감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한국 집권 여당의 수준이 이런 정도라니 실망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이번 총선 공식 후보 등록은 24일 시작된다. 이날부터는 누구든 당적을 바꿔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유 의원 문제를 늦어도 23일 중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길마저 막히게 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유 의원 처리에 시간을 끄는 것은 어쩌면 이 점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정을 미루는 사이 무소속 출마를 위해 유 의원이 스스로 탈당을 하면 ‘쫓아냈다’는 비난을 피해서 좋고, 남게 되면 출마 자체가 무산되니 양수겸장이 될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이만저만 오산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눈 감아줄리 없다. 역풍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를 맞는 불상사가 초래될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친박 성향 후보들이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게 그 징후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지도부의 무능과 비겁함 때문이다. 연일 유 의원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도 김무성 대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렇다면 ‘유승민 찍어내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김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중 한 명이다. 그런데도 당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상황에서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그의 리더십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유 의원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유 의원이 정 못마땅하다면 당당히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해당 정당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구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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