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식 문제로 아내에게 냉대 받았다며 이혼 요구한 남편 -대법 “혼인생활 파탄 주된 책임이 있는 남편 이혼청구 안된다” 판단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불륜 관계로 낳은 혼외 자식 문제로 아내와 지속적인 갈등을 겪다가 이혼을 청구한 남편에게 대법원이 허용할 수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남편 A(58)씨가 아내 B(54)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 소송에서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남편이 제기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불륜저지른 남편 이혼청구 받아들일 수 없다”

A씨는 1987년 10월 B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의 자녀를 두었으나, 2001년부터 다른 여성인 C씨와 만나 불륜 관계를 맺고 이듬해 아이까지 낳았다. 아내 B씨는 2003년 5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갈등을 겪지만 A씨가 다시는 C씨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A씨는 C씨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유지했으며 B씨에게 들통 나기도 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A씨는 2009년부터 사업이 어려워져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못했고 혼외자식 문제로 아내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2012년 3월 B씨는 A씨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녹음된 대화 내용을 통해 A씨가 C씨와 이메일로 연락했으며 C씨 사이에서 낳은 아이에게 선물을 보냈음을 알게 됐다. B씨는 이를 A씨에게 따졌지만, A씨는 오히려 혼외자에게 선물을 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반박했다.

부부 사이 갈등은 심해졌고 A씨는 결국 별거를 제안하고 짐을 싸 고시원으로 갔다. B씨는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자신의 명의로 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 토지는 생활비를 모아 10여년 전 사둔 것으로 땅값이 10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A씨는 B씨가 땅을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혼외자 문제로 B씨로부터 극심한 냉대를 받아왔고,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자 자신을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B씨가 이혼을 대비해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하고 예금을 해지하는 등 부부가 함께 이룬 공동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하지만 A씨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의 예금 인출과 담보 설정은 A씨가 혼외자에게 재산을 증여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여서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