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뜨거운 태양과 가혹한 중노동, 굶주림,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낮에는 독소가 많은 1000개의 에네켄 잎을 따고 밤이면 토굴에 들어가 죽을 끓여먹으며 연명했다. 그들을 ‘애니깽’이라고 불렀다. 스페인어로 ‘에네켄’은 선박용 밧줄을 만드는데 쓰이는 선인장을 뜻한다. 일제의 조직적인 계략에 의해 불법으로 멕시코 등 중남미로 건너가 에네켄 농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한인 이민 1세들이 바로 그들이다. 자발적 노동이민이 아닌 ‘노예이민’인 것이다.
1909년 노예 해방 전쟁의 승리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조국은 일본에 패망하기 직전이어서 결국은 미국이나 쿠바로 이민을 가거나 멕시코 내륙에 정착하게 됐다. 조선이 일본에 의해 주권을 잃었을 때 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 마련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들의 후손이 6세대까지 이어졌는데 3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 사회교과서 10개 중 8개를 통해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일본의 간악한 행위는 1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멈출줄 모른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