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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승일 기자의 ‘현장에서’]이기권 장관의 노동개혁 TV 광고…“효과보다 혈세 낭비만”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인턴을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면 최저임금법을 지켜야 합니다.” 노동개혁으로 애간장을 태우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턴지침’을 들고 TV 공익 광고에 출연했다. 올해 인턴에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열정페이’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른 행보다.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직접 광고에 출연해 열정페이 근절을 호소하는 컨셉을 택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장관이 등장하면 속된 말로 ‘어필(appeal)’하는 효과가 큰 것은 분명 맞다.

현재 이 장관이 나오는 이 광고는 KBS에만 볼 수 있다. 이달 초 고용부는 KBS와 노동개혁을 위한 공동캠페인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KBS에 관련 캠페인, 광고, 협찬 등 홍보를 통으로 맡기는 턴키홍보 형식으로 총 20억 규모의 예산이 집행됐다. 40초 광고에 이 장관이 등장하는 시간은 약 5초. 해맑은 미소로 일자리개혁을 외치는 그의 모습이 출입기자 입장에선 반가웠다. 그런데 짧은 광고만큼이나 돌아서니 금방 잊혀졌다. 



거액을 들여 광고, 캠페인 등 홍보에 주력하면 현장에서 열정페이가 제대로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면 너무 순진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현장 단속 인원을 보충하고, 법 집행에 더 노력했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작년에는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비정규직 ‘장그래’(배우 임시완)를 내세워 노동개혁을 광고하는데 약 30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은 고용부다. 그걸로 비정규직 격차가 얼마나 해소됐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은 흐지부지됐고,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고용부가 정말 비정규직 격차 해소나 열정페이 근절에 주력한다면 겉치레 홍보의 매력에 이끌리기 보단 현장을 찾는 게 옳다. 진정성있게 아픔의 목소리를 듣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는 것과 훅 지나가고 마는 화면 발의 효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정책 홍보가 예산 투입 대비 이행 효과가 있는지 검증된 게 없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진정 노동개혁을 이루려면 보여주기식 홍보에 혈세를 낭비하는 것부터 개혁하게 옳은 순서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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