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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암매장 安양’ 부모, 3년전 죽은 딸 ‘살아있는 척’ 입주자 명단에 올렸다
[헤럴드경제] 네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친모와 계부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입주자 명부에 수년전 죽은 딸의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딸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전전긍긍하며 각종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21일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와 피의자가 경찰 체포 전 거주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친모 한모(36)씨는 지난 2014년 10월 청주 한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작성한 ‘입주자 명부’에 딸 안모(사망당시 4세)양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재해 마치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딸이 숨진 2011년 12월보다 3년 정도 지난 시기로, 딸의 죽음을 숨기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한씨 부부는 안양이 숨진 한 아파트에 살다 지난 2012년 집을 옮긴 뒤 다시 2014년 10월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모 한모(36)씨가 지난 2014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에 위치한 현재 주거지로 이사오면서 작성한 입주자명부. 이 문서에는 문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3년전 이미 죽은 첫째딸도 명부에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윤ㆍ김지헌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이 밖에도 한씨 부부는 안양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지난 2014년 청주 A초등학교의 학적에 딸의 이름을 올린 사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측은 안양이 입학을 하고도 장기 결석을 하자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삼았으나 정작 도교육청에는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안양은 도교육청의 미취학 아동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처럼 딸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수년간 각종 방법을 동원했던 친모 한씨는 안양이 입학한 뒤 3년째 등교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택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고 한씨가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놓은 것으로 미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웃 주민 A(65ㆍ여)씨는 “18일 오후 집에서 잠깐 나간 틈에 한씨가 찾아와 남편에게 자신의 딸을 잠시 맡아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당시 남편이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초기 수사를 진행했던 청주 청원서 여성청소년팀 관계자는 “친모 한씨를 (18일) 오전에 수사하고 돌려보냈는데 이후 집을 찾아가도 문이 잠긴채 만날 수가 없었다”며 “계부 안씨를 동행한 채 집으로 들어갔더니 방 하나엔 어린 딸(4)이 홀로 있었고, 다른 방에 한씨가 숨진 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오전 한씨의 시신을 부검한 뒤, 유족에게 인계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 결과 안양은 2011년 12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서 엄마에게 가혹 행위를 당해 숨진 뒤 부모에 의해 진천 야산에 암매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안씨는 경찰에서 “오전 8시에 출근했다가 오후 9시에 퇴근했는데 그 사이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딸의 머리를 몇 번 담갔는데 숨졌다’고 했다”며 “시신을 집 베란다에 이틀동안 놔뒀다가 아내와 함께 진천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계부 안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천 야산에서 5년 전 암매장된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을 재개한다.


신동윤, 청주=김지헌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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