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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판 재테크의 세계③] 키덜트 매료시킨 건프라 “재테크는 쉽지 않네”
적은 유통량, 얇은 수요층에 거래 자체 어려워
조립하면 반값 되고 미개봉품 보관도 쉽지 않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건담 프라모델(건프라)은 두터운 원작 애니메이션의 인기 덕분에 마니아층이 두텁다. 그만큼 한정판이나 단종 모델에 대한 수요가 많고 되팔 경우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 그러나 의외로 건프라 시장에서 이같은 재테크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동호회의 분위기다.

네이버 건담 프라모델 동호회 카페 중 하나인 ‘올어바웃SD건담’의 운영진 중 한 명인 김신각(33)씨는 최근 키덜트 재테크 분위기가 우려스럽다.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건담 분야에서 이같은 재테크는 성공 가능성도 낮고 정작 건프라를 아끼는 마니아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모델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은행금리 1%대의 초저금리 시대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은 매니아 층의 전유물이었던 건담 프라모델도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8월 엑스포에서 열린 건프라 엑스포 2015에 출품된 건담 프라모델의 모습.

김씨에 따르면 건프라 시장에서 한정판이나 단종 모델을 통해 수십만원 이상 이득을 봤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량의 상품을 소수 마니아가 찾는 건프라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건프라의 경우 원작 만화가 인기를 끌었던 시기 유년기를 보낸 현재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좁은 연령층이 주요 고객층이다. 게다가 동호인 개개인의 취향도 세분화돼 있어서 원하는 모델이 제각각이다. 수요층이 얇다보니 재테크를 위해 특정 인기 모델을 대량으로 구매해 둔다 해도 나중에 적기에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정교한 메카닉 프레임으로 건담 매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PG 건담 마크-2 모델.

조립 후 먹선, 데칼 작업을 진행하는 건프라의 특으로, 한번 개봉해 조립해 버리면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 김씨는 “아무리 조립 완성도가 높아도 개봉한 이상 중고가격은 신제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전했다.

뜯지도 않은 채 되팔아 이익을 챙길 목적이라도 보관이 쉽지 않다. 건프라 매니아들은 제품 자체의 상태 뿐 아니라 포장 박스의 상태까지 세세히 살펴 중고 가격을 정하기 때문.

건프라 상품의 보관은 전문 모형사 입장로서도 어려운 문제다. 많은 수의 모형사들이 재고관리 실패로 폐업한다. 2011년 8월 서울 방배동의 한 프라모델 도매 상점이 폭우에 침수됐다. 이 상점은 침수된 건담 프라모델 제품을 평소 판매하던 가격의 절반 이하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메카닉 프레임으로 유명한 ‘PG 건담 마크-2’ 모델 등 가장 인기가 좋은 제품 역시 가격 폭락은 피할 수 없었다.

건담의 인기는 유년기 원작 만화를 보고 자란 현재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얇은 수요층을 기반으로 한다. 건담 재테크를 생각하는 투자가들이 재판매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 세워진 1대 1 비율의 건담 모형.

건프라 모델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일본 반다이 사의 노련한 제품관리도 건프라 재테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김씨는 “레고의 경우 한번 단종된 제품이 다시 나오는 경우가 없지만 건담의 경우 어느 정도 인기가 유지되는 제품은 단종 5~10년이 지나도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웃돈을 노리고 일부 제품을 사뒀다가 해당 모델이 재판되면서 팔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관련 동호인들은 “최근 자신의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믿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건프라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새로운 상업 수요를 창출할 정도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만약의 경우 되팔지 못해도 본인이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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