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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판 재테크의 세계②] ‘리셀(re-sell)’이 부업? 신상보다 비싼 한정판 중고
한정판 프리미엄 수백~수천만원
해외 사이트서 ‘레어템’ 구매 후 재판매
리셀은 이제 비즈니스모델



[헤럴드경제=배두헌ㆍ구민정ㆍ유은수 기자] #. 시계에 관심이 많던 최모(27)씨는 대학생 시절 열심히 돈을 모아 꼭 갖고 싶던 오메가 명품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1년 뒤, 다른 시계를 갖고 싶어 첫 시계를 중고로 판매하려던 최씨는 깜짝 놀랐다. 1년 전 자신이 구입한 신제품 가격보다 중고 가격대가 오히려 높게 형성돼 있던 것이다. 감가상각은 커녕 중고품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걸 경험한 최씨는 이때부터 부업으로 ‘리셀(re-sell)’에 뛰어들었다. 최씨는 이후 4년 동안 총 100여개 정도의 시계를 사고 되팔면서 3000만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흔히 ‘리셀’로 통칭되는 ‘한정판 재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희소성이 큰 제품을 사 놓으면 금방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한정판(Limited Edition) 제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으로 유명한 레고나 건담 등 ‘키덜트’ 장난감은 물론 각종 패션 잡화까지 리셀이 가능한 제품군은 무궁무진하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한정판으로 내놓는 텀블러나 다이어리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스벅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명품시계는 기본적으로 고가인만큼 시계를 잘 안다면 재테크 성공 가능성도 크다. 위 사례의 최씨 역시 워낙 시계에 관심이 많아 시계제작학교와 수리학교 등을 다니며 보는 눈을 키운 게 도움이 됐다. 최씨는 2012년 롤렉스의 50주년 한정판 ‘서브마리너’ 시계를 670만원에 구입한 뒤 3년 뒤 820만원에 파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가격대가 더 높은 초고가 브랜드 제품의 경우 한정판 프리미엄이 붙으면 수백~수천만원씩 가격이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명품 시계가 리셀이 가능한 건 아니다. 한정판처럼 수량이 매우 적거나 똑같은 디자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 희귀한 제품을 적절하게 구매하고 되팔아야 이익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의 시계’를 운영하는 조와룡(31)씨는 “한정판의 경우 부르는 게 가격인 경우가 많다. 고가 시계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은 시즌에 맞춰 장사를 해 부업으로만 월 300만~400만원을 버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조씨는 다만 “일부 리셀러 중에는 구매자들이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해 미세하게 불량이 난 상품을 속여 팔기도 하고 시계 속 무브먼트를 이미테이션(모조품)으로 바꾼 뒤 파는 경우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운동화 역시 마니아들이 많아 ‘재테크’가 가능할만큼 리셀이 활성화된 제품군 중 하나다.

나이키 운동화 마니아 문모(27ㆍ취업준비생)씨는 나이키 중에서도 특히 ‘조던’이란 이름을 가진 모델을 수집한다. 신발장에 쌓인 수십 켤레의 조던 운동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그는 “조던 신발이 좋아서 모으지만 다른 한정판을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할 때는 기존 제품을 10만~20만원씩 웃돈을 받고 판다”고 말했다. 신발 마니아로 자연스레 고급 정보를 많이 습득한 문씨는 최근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350’ 신발을 25만9000원에 사서 90만원에 되파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씨는 국내의 각종 신발 관련 커뮤니티는 물론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를 통해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에 거의 없는 ‘레어템(희귀한 품목)’을 주로 구매한다.

티셔츠 한 장이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는 효자상품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 윤모(25)씨는 몇해 전 지방시 브랜드의 맨투맨 티셔츠를 40만원에 구입했다가 연예인들이 해당 옷을 입고 나오면서 인기가 올라가자 3~4개월 입은 티셔츠를 20만원 웃돈까지 붙여 60만원에 팔았다. 2~3차례 리셀을 해봤다는 윤씨는 “명품이나 스트리트 패션은 꼭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한 시즌 단위로 만들어 내다보니 수량이 한정돼 있어 리셀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며 “전문 리셀러들은 아예 외국에서 물건을 떼오거나 신상품 발매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줄을 서서 기다려 사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한정판 재테크’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SPA브랜드 H&M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매장 오픈 며칠 전부터 노숙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구매자들 상당수가 재판매 차익을 노린 리셀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품의 인기가 추락했고 중고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커녕 원가보다 낮게 판매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의 기능은 설령 떨어졌을지 몰라도 그 희소한 가치가 소비자들에 의해 배가되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라며 “희소성 높은 제품에 대한 욕구와 SNS와 커뮤니티 등 개인 간 소통이 쉬워지는 환경이 만나면서 리셀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리셀이 단순히 개인 대 개인의 거래를 너머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처럼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책임 소재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에 보증이나 환불 관련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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