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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판 재테크의 세계①] “잘 골라 되팔면 중형차는 금방 뽑죠”
가격 오를만한 모델 찾는 안목 필수…스타워즈나 인디아나존스 레고 인기, 단종 예상해 ‘사재기’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근 서울 중랑구에서 생활고를 겪던 30대 부부가 레고만 1300만원 어치를 훔쳐 헐값에 내다 판 사건이 알려지면서 레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고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들 부부가 레고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면 한정판을 골라 털어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레고는 한정판 재테크의 대명사가 됐다.

레고 한정판이나 단종 모델은 짧은 시간 내에 웃돈이 붙어 새로운 재테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유저가 레고 ‘폭스바겐 캠퍼밴’ 2000만원 어치를 사들여 되팔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고 인증한 사진. 이후 해당 모델은 일반 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사진제공=루리웹]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기우(27) 씨는 지난 2011년부터 레고를 사 모으고 있다. 2010년 한 레고 동호회에서 준비금 400만원으로 인기 레고 제품을 사두고 중고 판매 사이트와 브릭카페 등 레고 동호회 사이트에 내다팔아 1년 만에 중형차를 샀다는 한 동호인의 인증 글을 보고 나서다. 외국에서는 ‘브릭피커’라고 불리는 전문업자들도 있다는 소식에 레고 재테크를 시작했다.

이 씨가 최근 사고 있는 제품은 세계 유명 건축물을 재현한 ‘아키텍처’ 시리즈 중 일본 제국호텔을 재현한 제품이다. 제국호텔은 미국의 대표 건축가 프랭크로이드라이트가 지은 호텔로 실제 건물이 철거되면서 나고야 건축 박물관으로 옮겨지는 것을 기념해 제품으로 발매됐다.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데다 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근 단종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웃돈이 붙을 것으로 예상돼 1세트에 12만원씩 10세트나 샀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밀레니엄팰콘 한정판은 원작 영화 스타워즈 팬들의 인기를 업고 가격이 치솟는 대표적인 제품. 정품 출고가는 500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 700만~1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씨는 “요금 은행 금리가 2%도 안되는데 사둔 레고가 5%만 올라도 남는 장사”라며 “인터넷 시장이 있기 때문에 어디든 팔 수 있다는 게 레고 재테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둔 레고가 실제 가격이 오르냐는 질문에 이 씨는 “가격이 오를 만한 모델을 고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에 절판된 모델이라도 어떤 모델은 싸고 어떤 모델은 가격이 20배 이상 뛰기도 한다는 것.

특히 스타워즈나 인디아나존스처럼 콘텐츠가 있는 프랜차이즈 상품들이 단종 뒤 가격이 뛰는 편이다. 2007년에 발매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밀레니엄 팰콘’ 한정판 모델은 정품은 500달러였지만 현재 거래되는 중고품의 가격이 700만~1000만원을 호가한다. 카페나 백화점, 상점을 재현한 ‘모듈러’ 시리즈 중 2010년에 출시한 회전목마는 34만원에 출시됐지만 현재 310만원 가량으로 가격이 뛰었다. ‘카페코너’, ‘그린그로서리’ 등도 수익률이 좋다.

아직 단종되지 않은 제품도 미리 단종을 예상해 사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 레고 커뮤니티에는 한 동호인이 ‘폭스바겐 캠퍼밴’ 모델을 2000만원 어치 사재기해 쌓아둔 사진을 올린 바 있다. 그 이후 너도나도 캠퍼밴 제품을 사들여 절판되지 않았음에도 일반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레고 한정판이나 단종 모델은 짧은 시간 내에 웃돈이 붙어 새로운 재테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카페, 백화점, 소방대 등 유럽 시가지에서 볼 수 있는 전통 건축물을 재현한 모듈러 시리즈가 대표적 상품.

레고 재테크를 입문하는 첫 단계는 사람 모양의 미니피규어다. 출시가 3000원 짜리 좀비 모델은 현재 미개봉품이 5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출시 6년만에 15배 이상 뛴 것.

그 다음으로 가격 예측이 쉬운 것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형상화 한 모델들이다. 곧 개봉할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을 기념해 출시된 배트맨하고 슈퍼맨 모델은 영화가 흥행하면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사모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마블사의 영화에 나온 헬리캐리어는 절판되기 전부터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고, 얼마 전 절판된 백투더 퓨쳐 시리즈는 절판과 동시에 가격이 3배 뛰었다.

레고 재테크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조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 신고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레고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데 모조품일 경우 제값을 받고 되팔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브릭인사이드’나 ‘브릭뱅크’ 등의 레고 커뮤니티는 모조품 근절을 위해 회원 가입절차를 강화하기도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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