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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마약계 ‘야당’에 뒤통수 맞은 경찰… 공은 대법원으로
- 15년간 경찰에 마약첩보 제공해온 마약사범 S씨
- S씨, 검찰서 경찰 비리 폭로하고 구속면해
- 法 “S씨 검찰진술 믿을 수 없어” 경찰에 무죄 선고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마약 판매책 S씨는 마약세계에서 잘 알려진 ‘야당’이었다. 야당이란 마약사범에 관한 첩보를 수사기관에 넘기고 자신의 범죄를 탕감받는 이들을 가리키는 마약계 은어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에서도 마약 중간판매상 류승범은 마약계 거물을 잡는 데 혈안이 된 경찰 황정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야당 역할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 그 대가로 류승범은 황정민의 비호를 받으며 마약세계에서 영업을 이어간다. 


S씨 역시 1995년 처음 인연을 맺은 경찰 H씨와 한 달에 한두번 만나 정보를 건네며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2008년 S씨의 ‘배신’으로 금이 간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던 S씨가 H씨와의 검은 거래를 검사에게 폭로한 것이다.

S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8년 8월 마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마약사범 Y씨의 석방을 부탁하며 경찰 H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H씨는 당시 마약수사대 소속으로 마약사건을 전담하고 있었다.

경찰 비리를 제보한 S씨는 그 후 구속을 면해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찰은 2011년 H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비리 경찰’로 지목된 H씨는 결국 지난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범죄를 소탕해온 경찰과 옆에서 이를 도우며 공생해온 마약계 야당은 법정에서 서로의 적이 돼 맞닥뜨렸다. H씨는 피고인, S씨는 그의 범행사실을 입증할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러나 여섯 차례의 공판 끝에 1심 재판부가 내린 결론은 무죄였다.

S씨가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그날 두 사람이 모처에서 만난 사실은 인정됐지만 실제 돈이 오갔는지가 불분명했다. 증거라고는 S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 그리고 Y씨가 실제로 다음날 경찰에서 풀려났다는 사실 뿐이었다.

게다가 S씨의 법정 진술은 당일 범행현장에 함께 있었던 L씨의 진술과 엇갈리면서 재판부의 의심을 샀다.

S씨는 “비닐봉투에 돈을 넣어서 줬다”고 했지만 L씨는 “S씨가 은행봉투에 들어있는 돈을 내게 받아갔다. 다만 돈을 건네는 건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S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오히려 “S씨가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선처나 구속을 면하려 허위사실을 검찰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즉, S씨가 자신을 비호해준 H씨를 배신하고 검찰을 위해 ‘야당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S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실제 경험한 사실을 진술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Y씨가 다음날 풀려난 것에 대해서도 “경찰이 Y씨에게서 특별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H씨가 돈을 받고 부당개입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한 검찰이 지난 15일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마약계 야당과 경찰 사이에 이뤄진 은밀한 거래의 진실은 결국 마지막 3심에서 가려지게 됐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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