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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청부살인ㆍ방화까지…바하마를 생지옥으로 만든 억만장자 이웃간 전쟁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 미국 부호들이 최고의 휴양지로 꼽는 아름다운 이 섬나라에서 이웃간의 불화가 청부살인과 화염폭탄으로까지 번지는 믿지 못할 사건이 발생해 화제다.

사건의 주인공은 패션그룹의 총수인 피터 니가드(Peter Nygardᆞ72)와 뉴욕출신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루이스 베이컨(Louis Baconᆞ59)이다. 니가드가 갱들에게 베이컨의 청부살인을 의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다툼이 외부로 알려졌다. 

루이스 베이컨(왼쪽)과 피터 니가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바하마 섬의 서쪽 끝 부분에 두사람의 저택과 땅이 인접하고 있다. 좁은 차 진입로 하나를 공유하고 있는 두사람의 저택은 간격이 200피트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인접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양측이 공유하는 형태의 공동 구역이 있다. 설계를 맡았던 양조업계 거물 E.P.테일러가 공간활용을 위해 의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웃간 불화의 싹이 됐다. 니가드는 이 공동구역을 손님을 맞기 위한 주차장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베이컨은 주차장 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두사람의 성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패션산업으로 부를 거머쥔 니가드 답게 그는 이 곳을 화려한 사교의 장으로 쓰고 싶어했다. 여러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반면 친환경론자이 베이컨은 이 땅을 지나치게 개발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대의 숲과 나무를 그대로 살려뒀다.

2005년 니가드는 베이컨의 사유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자신의 주차장‘으로 범람했다며 그를 고소한다. 당시 법원쪽이 니가드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서 베이컨으로 하여금 피해가 가지 않게 조치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베이컨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2년 뒤 니가드를 맞고소 한다. 밤마다 파티를 여는 그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였다. 

바하마에 위치한 두 사람의 사유지와 저택

사실 두 사람은 이보다 앞선 2004년에도 한차례의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니가드가 자신의 사유지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해안가를 인공적으로 넓혔다. 정부의 허가 없이 해저를 준설한 불법 행위였다. 환경보호단체 ‘세이브더베이즈(Save the bays)’를 세울 정도로 투철한 환경보호론자인 베이컨이 가만 있을리 없었다. 단체 사람들과 함께 해안가 일부를 사들이고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이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환경보호와 불법 준설, 사유지 논란을 둘러싼 소송이 발생했다.

몇 차례의 소송전을 벌인 두 부호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싸움에 돌입한다. 무려 16개의 소송이 법원에 제기된다. 공공기물파손, 뇌물수수, 방화, 악의적인 루머, 명예훼손 등 갖가지 혐의가 추가되면서 두사람의 다툼은 막장드라마 수준으로 치닫는다. 각자가 주장하는 피해액 규모가 수천만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그렇게 8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양측의 다툼은 최근의 법정공방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최근 재판에서 니가드가 조직폭력배 두 명을 고용해 베이컨의 차에 폭탄을 설치하고 청부살인 할 것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탁을 받은 두 사람은 보답으로 2만달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살인에 성공하면 구체적이진 않지만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과 집 두 채를 받기로 했다는 은밀한 거래까지 털어놨다.

이 두사람은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려 1년 전부터 환경보호단체에서 첩보활동까지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각 회의실마다 녹음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정보를 취합하면서 최적의 살인 기회를 노렸다는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물론 니가드측은 부인하고 있다. 니가드측 변호인은 “이 두 남자가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증언을 할 리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현재 재판은 두 증인의 거짓말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싸움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준까지 치닫자 미국현지 언론들도 다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질만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지독하고 저열하게 싸우는 것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베이컨과 그의 아내 가브리엘(왼쪽)

두사람의 이력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진다. 헤지펀드계의 강자로 통하는 베이컨은 부동산 재벌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다만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금융사에 취직하고 콜롬비아 경제대학에서 MBA를 취득하며 경제전문가로서 기반을 다진뒤,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를 창립하며 현재 자산 16억달러(1조8800억원)의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뉴욕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인답게 그는 뉴욕의 부자동네 어퍼이스트사이드에 거주지를 두며 로빈스 섬에 개인 소유 별장이 있다. 스코틀랜드엔 꿩사냥터를 따로 갖고 있다. 런던의 조지아 타운과 파나마, 뉴멕시코, 북캐롤라이나 등에도 사유지를 갖고 있다. 2007년엔 말콤 포브스가(家)로부터 1억7500만달러에 콜로라도 목장을 사들이며 미국에서 가장 비싼 땅 거래를 기록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투자전략을 “매우 비밀스럽고 위험에 예민하며 살짝 편집적인”이라고 요약한다. 부자집 아들답게 깐깐하고 꼼꼼한 그의 성격을 빗댄 설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그도 애정을 다하는 분야가 있다. 다름아닌 환경보호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세우며 자연보호지역으로만 362제곱킬러미터를 기부한 전력이 있다.

여성들과 파티즐기기를 좋아하는 니가드

반면 피터 니가드는 이민가정 출신 부호다. 24살 때 핀란드에서 캐나다로 건너와 여성의류회사 지분 20%를 8000달러의 빚을 지고 사들였다. 이후 같은 회사 오너로 성장하며 ‘니가드 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꿨다. 25살 이상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니가드 슬림, 알리아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현재 이 의류업체의 1년 판매액은 5억 달러, 북미에만 200개 지점이 들어서 있다. 그의 자산은 9억달러(1조600억원) 이상이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니가드 인터내셔널 본사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니가드에 대한 평은 좋지 않은 평이다. 사기 및 폭력 험의로 여러 번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2003년 그는 미국 이민자 부부를 자신의 자산 매니저로 고용했지만 사소한 일로 벌금을 매기는 등 바하마 이민법을 어겨 고소를 당했다. 회사운영에도 직원들과 마찰이 잦다. 알리아 바지 생산공장의 직원들을 과잉업무 시키면서 임금은 절반밖에 주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전여자친구와는 폭행사건으로 소송을 벌인적도 있다. 반면 생활은 요란한 편이다. 파티문화를 유독 좋아하는 데, 스스로 ’플레이보이‘를 자칭하며 젊어지기 위해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격일로 주입하고 정기적으로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를 ‘별난 사람’, ‘요란한 졸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니가드는 법정 싸움을 벌이면서도 다소 요란 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베이컨이 백인우월주의자이며, 내 집에 방화시도까지 했다”거나 “베이컨의 증조할아버지가 과거 KKK의 일원이었음을숨기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2011년엔 월스트리트의 거물 굽타(Rajat Gupta)의 내부자거래 사건에 고의적으로 베이컨의 얼굴을 합성한 방송을 내보내도록 압력을 가했다 방송조작 혐의로 보상금을 물기도 했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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