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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란 편지 통신수단 이용없이 직접 전달하면 ‘무죄‘
-대법, 옆집 여성에게 수차례 음란 편지 ‘직접’ 보낸 A씨 무죄 판결
-음란물을 ‘통신매체’ 통해 전달해야 성폭력처벌법 위반에 해당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편지를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통신매체이용 음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어떤 음란물이든 통신매체를 통하지 않고 전달된 것이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음란한 글과 그림 등이 그려진 편지를 이웃집 출입문에 지속적으로 끼워 넣은 A모(47)씨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으로 징역 6개월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전경

A씨는 2013년 11~12월 문경시 점촌동의 한 원룸에서 자신의 주거지 옆방에 사는 B(47, 여)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모두 6회에 걸쳐 ‘나는 너의 ××를 빨고 싶다’는 등의 내용과 여성의 성기 모양을 그린 그림 등을 B씨의 주거지 출입문에 끼워 넣었다.

1심은 A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A씨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유죄판단을 유지했지만 형량을 징역 6개월로 줄였다. 피고인이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1994년 이후로 실형 전과는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과 판단이 달랐다. A씨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규정의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이뤄진 행위가 아니므로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이 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실정법 이상으로 그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의 행위가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한 범위에서 적용돼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판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씨를 처벌하려면 명예훼손, 협박, 음란물 배포, 경범죄처벌법 등 다른 법조항 위반으로 다시 기소할 수 있겠지만,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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