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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빠도 괜찮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면…
어느 사회고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자칫 문화와 전통을 전복하고 모든 남자를 적으로 내몬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는 이런 장벽을 끌어내려 넘어갈 만하게 낮췄다. 페미니스트란 말 앞에 ‘나쁜’(bad)이란 말을 집어 넣어 페미니즘이 극단적인 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누구나 때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 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라는 게이의 선언에서 ‘나쁜’이란 말은 완벽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업 주부도, 핑크색을 좋아해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은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차별에 관한 게이의 경험에 기초한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록산 게이가 포착한 여성 불평등, 비하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행해지는 여성혐오, 대중문화속의 성폭력, 강간, 남성이 기준이 된 문화, 젠더를 연기해야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걸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보여준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 저자는 다양한 예를 통해 흔히 여성의 인권이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았음을 증언한다.

자전적 얘기도 들어있다. 아이티계 이민자 가정의 딸로 흑인 여성인 그가 교수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한 과정과 현재에도 마주해야 하는 편견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또 흑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거나 한국인들이 지독한 냄새가 나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단호하게 비판하면서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를 성찰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매력은 분노와 성, 눈물 사이를 메우는 유머. 2014년 미국에서 출간,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은 우리시대 페미니즘 고전으로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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