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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지 대사도 안 찾는 파리도서전 ‘한국관’
2016 파리 도서전이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샤유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이번 도서전은 55개국 1500여개 출판사가 참여한 가운데 20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한ㆍ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주빈국 대우로 초청됐다. 올해로 36회째인 이 도서전은 평균 20만~25만명이 다녀갈 만큼 관심을 끄는 프랑스의 대표적 문화 행사다. 세계문학계에서 아직 미미한 위치인 한국으로선 우호적인 프랑스 독자들, 나아가 유럽과 영미권까지 우리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개막식 날 풍경은 이런 기대를 맥없이 저버리게 만들었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오드레 아줄래 문화부 장관이 참석했고, 올랑드 대통령은 주빈국인 한국관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커녕, 프랑스 대사 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국문학 소개를 위해 소설가, 시인, 웹툰작가 등과 함께 참여한 황석영은 ‘프랑스는 대통령과 총리까지 왔는데 주빈국이라는 한국은 장관, 대사도 없다’며 이렇게 문화를 홀대해서는 안된다고 유감을 표했다. 70대 노작가의 지적이 따끔하다.

사실 이번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은 프랑스의 배려다. 수교 120주년 당시 초청이 추진됐으나 국내 출판계 사정으로 불참하는 결례를 범했는데도 한번 더 기회를 줬다. 물론 프랑스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지난해 8월이후 7개월 남짓 번역된 한국책이 128종에 이른다. 프랑스 최대 서점인 지베르 조제프의 경우 15년전부터 한국도서를 판매했으며, 60만종의 취급도서 중 1만5000종이 한국문학이라고 한다.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한국문학’이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 도서전같은 좋은 기회를 얻고도 국내 문화계의 수장이나, 현지 대사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래서 더 부끄럽고 참담하다. 문학을 외면하고, 인문학을 홀대하는 한국의 빈곤한 문화수준이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얼마전 미국의 뉴요커지는 ‘한국은 문학에 관심없으면서 노벨상만 원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인의 하루 독서시간은 고작 6분(통계청)이며, 1년에 1권이상 읽는 성인이 65%(출판연구소)에 불과한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지적한 것이다. 교육부는 인문학진흥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16개 대학에 최대 1350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문학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학문이 아니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 전에 관료들이 먼저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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