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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청春, 봄철 자살 주의보
[헤럴드경제=신동윤ㆍ김지헌ㆍ고도예 기자] #1. 지난 14일 오전 4씨쯤 A(44)씨가 서울 성북구 한 상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거액의 빚 때문에 압박받고 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2.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마포대교에서 B(30)씨가 한강에 몸을 내던졌다. B씨는 투신 전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상한 느낌을 알아챈 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구조대가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 졸업 후 취직에 실패했던 B씨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3.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성산대교에서 C(38)씨가 투신했다. 누군가 뛰어내리는 것을 봤다는 한 운전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수색한 끝내 C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아 정확한 자살 동기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족에게 확인 결과 현재 무직인 이씨는 평소 생활고를 비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본격적인 봄철로 접어드는 3월 20~4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8일 보건당국 및 의료계에 따르면 봄철에 전반적으로 자살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각종 연구에서 얻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15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자살이 발생한 때는 3월(9.6%)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겨울철인 12월(6.8%)에는 자살이 가장 적게 발생했다.

한 심리분석 전문가는 “우울증을 앓더라도 혹한이나 폭설이 잦은 겨울철엔 자살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이 표출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봄을 맞아 주변에 생기가 돌게 되면서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이 다소 개선되기도 하는데, 이때 오히려 자살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이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취업난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는 위험군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통계 결과를 보면 청년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209개 기업 중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이 절반이 넘는 109개(52.2%)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황순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본인은 힘든데 비해 다른 사람들은 밝고 즐겁게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자체가 자살 위험군에게는 자살 충동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직장 다니면서 열심히 생활하는데, 자신은 특별히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도 없고 어디에 머물러 뭘 해야할지 구체적인 게 없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 자살 방지를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나철 중앙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는 “자살 방지 대책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나서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어야만 한다.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 때 자살이 발생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20~4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감정의 행동화가 잘 일어나는 만큼 사회적 안전망을 구성해 우울증 자체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40대는 인생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해야하는 시기인 만큼, 생활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상담 또는 정신과 치료의 접근성을 높여줘야 한다”며 “정부가 각 지역마다 정신건강센터를 만들어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청년들과 연결하는 것도 훌륭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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