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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치매예방 가이드북 발간] “집안 밝게, 곳곳 이름표…치매 막아줘요”
추억액자·퍼즐등 눈에띄게 배치
집안환경 작은변화가 인지력 향상
실제 치매환자 호전사례 공감UP


서울 양천구에 살고 있는 70세 독거노인 A(여)씨는 치매고위군에 속한다. 자신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들어주는 딸과 주로 통화를 한다. 일주일에 2~3일 정도 친척, 친구, 이웃 등과 만난다. 평소 초조ㆍ우울ㆍ피곤을 심하게 느끼는 A씨는 서울시와 대한치매학회의 조언에 따라 집안의 디자인을 바꿨다. 부엌 찬장에는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알기 쉽게 그림과 표지<사진>를 붙여두고 거실에는 밤낮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커튼을 설치했다. 침실 조명은 밝게 하고 일어나야할 시간과 자야할 시간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큼지막한 숫자로 된 시계를 뒀다. 그리고 6개월 후 A씨의 일상생활의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시는 A씨의 일상생활을 CCTV 모니터링을 통해 6개월을 관찰한 결과 깜빡해 벌어졌던 실수를 줄이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욕실, 침실 현관에서 행동의 정확성이 크게 높아져 인지적 행동 시간이 감소했다. 찬장을 열고 닫는 횟수와 수납장의 사용 시간이 줄었다. 안에 들어있는 물건의 종류를 알기 쉽게 붙여준 그림과 표지가 큰 도움이 됐다. 외출도 횟수는 늘었고 초조ㆍ우울ㆍ피곤은 호전됐다.

대한치매학회 연구진은 “A씨의 경우 집안 디자인의 작은 변화로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36.36%가 향상됐다”며 “도구적인 일상생활 능력이 두드러지게 호전돼 사전 검사에 비해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항목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노인이 20년마다 2배씩 급증하는 추세 가운데 A씨의 사례 등을 담아 주거 환경을 바꿔 노인 치매 속도를 늦추고 나아가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최근 발간했다.

가이드북은 기본원칙, 공간별 개선사항, 체크리스트, 실제 시범가구 사례를 담았다. 실내조명을 밝게 하고 조명 스위치와 전기 콘센트는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벽지와 색채 대비를 두는 게 좋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치매가 진행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인지하지 못해 거울이 두렵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럴 땐 화장실 거울을 블라인드로 덮어두면 함께 사는 가족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치매 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열쇠, 안경, 돈, 지갑처럼 중요한 물건은 항상 같은 장소에 둔다. 추억이 담긴 친숙한 물건이나 액자를 놓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좋다.

화투, 책, 퍼즐, 악기같이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가이드북에는 초기치매가 진행 중인 77세 B(남)씨 부부의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B씨도 A씨처럼 주거환경을 바꿔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77.78% 향상되며 치매속도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의미있는 변화도 감지됐는데 B씨의 보호자인 아내도 수발 등으로 생긴 부담감이 줄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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