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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도 담배는 학교 안에서 피워라”… 파리 테러가 바꾼 풍경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오전 10시 무렵 고등학교 주변을 지나가면 학생들이 이곳저곳에 숨어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잠깐 학교 밖으로 나와 몰래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교내 흡연’에 대해 학교가 허락을 넘어서 ‘장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테러 이후 국립 고등학교 교내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육부는 개별 학교가 교내 건물 밖 일정 장소를 지정해 재떨이를 비치해 두고 학생들이 흡연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권고해 수개월째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이 법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나이는 18살부터인데, 졸지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15살부터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자신을 카림(17)이라 밝힌 한 국립고등학교 학생은 “바람 쐬고 싶어서 학교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놀랍게도 요즘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허락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 리(17)는 “선생님들은 우리한테 흡연이 나쁘다고 말해왔는데, 이제는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주고 있다”며 “몇몇은 공식 쉬는 시간이 아닌데도 수업들 사이에 급하게 내려가서 ‘엄청 빨리(super-fast)’ 담배를 피우고 온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교내 흡연을 장려하고 나선 이유는 테러 위협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일련의 비상조치를 실시했다. 경찰이 영장이나 법원의 감독 없이 국민들을 사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적어도 290명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가택연금됐다. 교내 흡연 역시 이런 비상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테러 이후 고등학교에 폭탄 공격을 하겠다는 위협이 몇차례 있은 뒤로 학생들을 위험한 길 밖에 내보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파리 동부의 볼테르 고등학교 교장인 크리스텔 보우리는 “우리는 길거리 위험이 매우 큰 시기에 살고 있다. 1000명 이상의 학생을 도시 길가에 내놓을 경우 위험은 눈 앞에 다가온다”라고 했다.

문제는 교내 흡연을 언제까지 허가할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는 5월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 두 차례 운영 기간이 연장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을 길가에 내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언제 올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유로피언 챔피온십 축구 경기 기간에 대비해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흡연을 방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생들의 건강에 테러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또 교내 흡연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학생 빈센트(15)는 “만약 테러리스트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공격하기를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며 무용론을 펼쳤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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