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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당신의 잉여 역량을 삽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카 쉐어링 회사 집카(Zipcar)의 공동창업자인 로빈 체이스의 시작은 단순했다. 1999년 가을, 초등학교 앞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유치원때부터 잘 아는 학부모와 얘기를 나눈 게 시작이었다. 휴가차 독일을 다녀온 그 학부모는 베를린의 렌터카에 매료돼 있었다. 세 아이를 픽업하고 일과 장보기, 방과후 활동 등 복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할 가장 빠르고 편리한 수단을 늘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로빈은 그 아이디어를 바로 현실에 적용키로 했다. 투자를 받아 폭스바겐 차 4대를 구입해 시작한 2000년만해도 ‘공유’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한 때였다.

집카는 개인이 소유한 차량의 95퍼센트가 제대로 활둉되지 못한다는 사실, 즉 잉여 역량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공유경제의 출발을 알렸다. 차량 구입비는 차치하고 보험, 주차, 기름값으로 연평균 900만원 이상을 쓰거나 아예 한달에 한 두번 쓰는데 주차비로 한달에 수십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낭비를 없애고 필요한 만큼만 지불하게 하는데 성공의 열쇠가 있었다.

최근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어비앤비 역시 잉여 역량을 활용해 기적을 일궈냈다. 세계 가장 큰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65년에 걸쳐 이룩한 제국을 에어비앤비는 단 4년만에 구축했다. 이는 가상의 자산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이다. 에어비앤비는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는 공유경제의 부자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공유경제는 더 이상 주변부의 얘기가 아니다.

체이스는 저서 ‘공유경제의 시대’(신밧드프레스 펴냄)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공유경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공유경제는 지금까지의 경제와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구경제가 자산을 소유, 축적해 부를 쌓는 폐쇄적인 방식이라면 공유는 개방과 연결, 협력이 핵심이다. 저자는 이를 ‘협력경제의 원칙’이라 부른다. 


개방적인 자산은 폐쇄적인 자산보다 많은 가치를 지닌다는 건 입증된 사실이다. 더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이를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많고 상호연결될 때 이는 더 폭발적이다. 또 개방성은 흔히 우려하는 문제점 보다 장점이 더 많다. 혁신과 학습의 공유에서 발생하는 기회가 문제점보다 훨씬 크기때문이다. 개방성에서 생기는 문제는 쉽게 파악이 가능하고 등급이나 댓글, 신뢰, 네트워크 등으로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혁신에도 개방성은 놀랄만한 힘을 발휘한다. 똑똑한 사람은 내부보다 외부에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혁신의 속도를 높이려면 개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피어스 주식회사(Peers Inc.)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바로 피어들,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가장 전형적인 예다. 아이폰의 경우, 출시된지 6년만인 2013년 말까지 피어들이 개발한 앱이 무려 200만개가 넘었다.수 많은 이들이 동일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 결과, 창의적인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피어스 기업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일하고 싶은 만큼, 자신의 자원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게 된 점도 공유경제의 변화다. 좀더 유연해지고 경제적인 된 것이다.

이런 공유경제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특히 빛을 발한다. 가령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일요일 아침에 주요 간선도로가 비교적 한산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도시 전역의 도로를 보행자, 자전거 사용자, 조깅하는 사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들에게 개방하고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새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대신 기존 시설의 잉여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귀 기울일 만하다. 주식회사와 참여자간의 새로운 협력을 통해 더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 현존하는 금융 제도의 내ㆍ외부에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 적절한 속도와 규모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피어스 주식회사 모델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들어있다.

피어스 주식회사가 가져올 임금 하락, 기업의 책임 회피, 근로자 보호 등에 대한 문제도 꼼꼼하게 짚었다.

이 책은 ‘공유경제 성공사례집’이라 해도 좋을 만큼 앞서 가고 있는 미국의 공유경제 기업들의 수많은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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