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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청부살인] 여행자보험 몰래가입 태국유인 청부살해
전 남친에 “마사지사 구해오면 큰돈 주겠다” 유혹…보험금 3억 타내려 현지 도착하자마자 목졸라


마사지사를 구해오면 돈을 주겠다며 태국으로 유인한 뒤 살해하고 3억원의 여행자 보험금을 타내려 한 일당이 검거됐다.

지난해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중이던 이모(사망 당시 23세)씨는 전 여자친구 조모(22)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조씨가 일하는 태국 마사지숍에서 일할 사람을 구해 여자친구로 위장해 한국에 데려오면 거금을 주겠다”는 것. 그러나 이것이 이씨의 죽음을 알리는 ‘악마의 유혹’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씨는 이씨에게 “비행기 표는 내가 대신 준비해주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A씨는 태국행 왕복 항공권을 이씨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이씨의 명의로 해외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면서 사망 보험금 3억원의 수익자를 자신으로 했다는 사실은 숨겼다.

태국에 도착한 이씨는 조씨가 알려준 대로 공항에서 두 명의 한국인 남성을 만나 한국에서 일할 마사지사에 지원했다는 태국 여성을 만나러 가기 위해 차량에 올랐다. 차량은 방콕에서 약 300여㎞ 떨어진 한 대학교 쪽으로 향했다.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후미진 공터에 접어든 순간 이씨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함께 타고 있던 두명의 남성 중 한명이 숨기고 있던 운동화 끈으로 이씨의 목을 조른 것. 이씨는 발버둥을 쳤지만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두 남성은 이씨의 시신을 인근 배수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마치 강도를 만나 살해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흉기로 이씨 시신의 배를 두 군데 찌른 채였다.

사실 이씨는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속칭 ‘바지사장’ 등을 내세워 10여개의 유흥주점과 마시지업소를 운영하는 박모(35)씨가 꾸민 보험 사기극의 희생양이었다. 이전에 가게에 불이나 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경험이 있는 박씨는 최근 자금난을 겪자 해외에서 이씨의 여행자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자신의 숍 자금관리를 맡은 내연녀 조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해외에서 이씨를 죽이면 경찰이 수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노렸다.

박씨는 이미 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을 알선하고 있던 박모(34)씨와 김모(23)씨에게 보험금을 타면 돈을 나눠갖기로 하고 이씨를 태국 현지에서 죽여달라고 청부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사용하면 범행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중고 휴대폰을 사용토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씨 사망 보험금의 수령자가 가족이 아닌 조씨라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태국 경찰은 이씨 소지품에서 발견된 여권을 토대로 한국 경찰과 공조수사를 폈다. 우리 경찰은 국제범죄수사대와 인터폴팀 등 3명을 현지로 급파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태국 경찰로부터 건네받은 현지 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 렌터카 업체의 GPS 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통신수사 등을 통해 범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도피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이씨를 살해한 4명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인터폴과 태국 현지 주재관을 통해 태국 경찰청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신원과 범행 당시 행적을 파악하고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들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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